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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백비트

 

록앤롤 공연 장면의 연출이 가히 교과서적이다. 단지 영화 연출 능력 뿐만 아니라 록앤롤의 공기와 같이 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연출. 펑크에 가까운 객기와 격렬함이 있는 클럽에서의 록앤롤 쌩쑈를 쉼호흡이 가빠지도록 짜릿하게 연출했다. 15년전쯤인가 VCR로 처음 봤을 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았다. 단지 공연 장면 뿐만 아니라 클럽 씬의 씨끌벅적한 공기, 고급 클럽에서 멋장이들의 공기, 레코딩을 따기 위한 숨가뿐 상황, 유명해지기 부터 자유분방한 사생활 그리고 달리고 난 뒤에 찾아오는 권태감까지. 장면장면이 그 자체로 록앤롤의 속살을 파낸다. 록앤롤 밴드, 비틀즈의 매력을 제대로 잡아냈을 뿐만 아니라 비틀즈 각각의 멤버도 기막히게 포착했다. 보노나 이메이진을 상상하며 평화를 꿈꾸는 분들이 난 솔직히 좋진 않다. 록앤롤 밴드를 했던 존 레논은 재치있지만 상처를 남기는 냉소적인 농담으로 유명했고 폴 매카트니는 정내미 떨어지게 현실적이며 조지 해리슨은 어리버리 했고 조지 베스트는 말없이 불평만 했으며 링고는 귀엽기는 했다. 일반인 기준으로 보자면 스튜가 가장 정상이었지만 그러기에 버틸 수 없었다. 비틀즈라는 그룹 안에서는 반짝이는 생기와 록앤롤 밴드를 한 아이들의 마초적 우정이 있었고 특히 존레논은 그런 우정의 표현 방식이 냉소적이었다. 적어도 난, 비틀즈의 가장 좋은 부분이 바로 그점이다. 전쟁의 폭탄 소리를 들으며 태어난 아이들의 설익은 호기심과 삐딱함이 아드레날린을 건드리는 록앤롤의 비트로 살아날 때. 백비트는 록앤롤과 음악 영화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걸작 영화다.(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비트(BackBeat, UK, 1993, 96min)

감독: 이언 소프트리

출연: 이안 하트, 스티븐 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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