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저메키스는 심오한 뭔가를 구축한 작가라고 생각되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원한 세계를 영화적으로 구축한 장인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신화, 전설, 우화, 동화를 실사와 애니메이션과 2D와 3D 사이의 디테일을 집요하게 실험한 장인일 것이다.
저메키스가 델토로와 다른 식으로 피노키오를 디즈니에서 내놓는다고 했을 때 기대했던 것은 명확하다. 피노키오가 탄생한 이탈리아의 집구석과 서커스의 현장, 플레저 아일랜드 그리고 고래 뱃속등을 어떠한 질감으로 표현할 것인가. 그리고 그 질감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유일한 불만이라면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장인 제페토 영감이 한땀한땀 만들고 고집스럽게 팔지 않은 시계들은 각각이 지니는 나무의 질감과 이탈리아 장인의 조밀한 솜씨 그리고 디즈니를 위한 팬서비스까지. 대부같은 이탈리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이탈리아의 자연풍경, 서커스 현장의 유머로스한 장면과 마차 속의 나무 질감 그리고 플레저 아일랜드는 그 순간 우리를 디즈니랜드로 데려다 준다. 물론, 크기의 디테일에 집착한 고래는 고래가 아닌 바다괴물로 다소 덩치크고 사악하게 나오지만.
그리고 피노키오를 재해석하면서 동시대적인 해석을 더 가져간다. 물론, 디즈니와 저메키스가 지향할 선이겠지만. 부두 주술로 인형을 살게만드는 흑인인 푸른 천사는 더 그럴 듯 하지 않은가? 하얀 피부에 푸른 드레스를 입은 기독교인 백인 여성 천사는 이단이자나?
피노키오가 학교에 가지못한건 놀고싶어서가 아니라 받아주지 않은 것, 차별이 여전한 지금 세상에 더 의미있다. 그러기 때문에 연대할 대상이 흑인 발레리나 인형을 끝내주게 다루는 장애인 여자 아이이고 여자 아이가 피노키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도 강요하는게 아니라 피노키오와 비슷한 흑인 발레리나를 통해서라는 것도 사려깊다. 그리고 뭔가 다른 이들이 탐욕스러운 백인 남자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려한다. 그리고 저메키스 내러티브의 중요한 모티브는 신뢰의 형성이다. 지금 다른 세대, 인종, 계급 간의 불신은 기성 세대와 가득권이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말하는 2022년의 동화이다.
그리고 플레저 아일랜드가 결국 아이들을 당나귀로 바꾸는 장면에서 유럽의 산업혁명 당시 아이들의 교육하는 대신 혹독한 아동 노동으로 자본가의 배를 불린 당시의 사회상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모든 것을 믿기 힘든 피노키오에게 믿어보라고 말하는 건 저메키스와 디즈니의 보수성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관을 극복하는건 천사 종교 어른의 도움이 아닌 주체적인 피노키오의 의지라는 것도 잘찌여진 내러티브다.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설정도 꽤 멋진 해석이다.
그리고 사람으로 바뀌는 피노키오의 얼굴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은 것도 차이가 뭐가 중요해하는 차이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이 정도면 꽤 근사한 실사화인데? 한계를 가진다는 이유로 디즈니와 저메키스에게 이 이상 바랄 필요가 있을까?
거기에 톰행크스. 미국인의 얼굴로 참 다작을 하는 톰행크스지만 여기서는 미국인의 얼굴보다는 이탈리아 장인의 얼굴이 보인다. 이마저도 미국스러움일 수 있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필르모그라피를 펼치는 톰행크스는 그 자체로 세계 문화유산이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제페토 할아버지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분장과 디지털 기술의 배분이 어떻게 될것인지. 메이킹 필름이 참 보고싶다.
피노키오(Pinocchio, US, 2022, 111min)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톰 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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