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최신작

본 레거시

walrus 2012. 9. 9. 19:56



본 레거시에 대해서는 대체로 혹평이. 그런데, 그렇게 나쁜지 모르겠다. 본시리즈의 임팩트가 워낙 강렬해서 그럴 듯. 하지만, 본 얼티메이텀 이전에 두편이 개봉되었을 때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건 아니었다. 특히, 본 아이덴티티는 참혹한 혹평을 받기도 했다. 비평가들은 본아이덴티티의 소재가 식상하다 느꼈고 고마해라 마이 해먹었다이가가 대세. 하지만, 본 얼티메이텀을 통해 전편의 평가까지 좋아졌다. 몸으로 때우는 액션과 격렬한 카메라웍임에도 그것이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패스트무비의 전형을 만들었고 전통적인 액션장르의 선악구도를 벗어나서 반성적 태도를 보인 것은 911과 이라크전이라는 시대와 공진하며 시대를 대표할 영화로 자리 잡았다. 본 시리즈는 20세기와 다른 21세기 영화의 한 전형을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얼티메이텀보다 좋다고는 못하겟지만 그럼에도 나쁘다는 생각은 안든다. 폴 그린그래스의 부재를 걱정하지만 본 시리즈의 극본가 토니 길로이는 본 시리즈의 레거시를 계승하면서 또한 자신만의 개성을 입혔다. 이 개성을 늘어지고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만 토니 길로이는 차곡차곡 쌓아서 터뜨리는게 자신의 스타일처럼 보인다. 마이클 클레이튼이 좋았던 나는 본 레거시의 이야기 전개도 나쁘지 않았다. 액션과 장면의 배치도 사실 비현실적으로 톱니바뀌 물리듯 들어간 본 얼티메이텀에 비해 본 레거시는 보다 현실적인 개연성을 지닌다. 이전에 본이 슈퍼 히어로처럼 상대를 처치했다면 이번에 애론은 만만한 다수의 민간인을 제압하는데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카메라의 정보를 실시간에 수집하던 것과 달리 정보부서도 추격당하는 애론도 다소 헤매는데 아마도 토니 길로이의 다른 지향점으로 보인다. 미국의 행동에 대한 총체적 반성이었던 본 얼티메이텀과 다소 다른 지향성이 보이는 것 역시 시대의 차이에 기인한 것처럼 보인다. 911과 이라크전, 그리고 세계 경찰로 저지른 뚜렷한 과오가 있었던데에 비해 정권이 바뀐 지금은 과거의 과오를 지우기 위한 또 다른 유령과 싸우고 있다. 이런 모호함의 차이가 맷 데이먼과 제이미 레너의 차이가 아닐지. 그리고 조종하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면서도 당혹스러움이 스며든 에드워드 노튼이나 이전 시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여성의 위치를 보여주는 레이첼 와이즈도 기존의 본시리즈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감시카메라와 모바일이 보급될 때의 패러다임을 담아냈던 본 시리즈와 달리, 생명과학의 산업화와 여러가지 이유로 동남아로 설비가 이전되는 현재의 경향을 담아낸 것 역시도 흥미롭다.

후려치는 맛이 있는 본 얼티메이텀의 총체적 충격 때문에 아무래도 미지근해지는게 사실이다. 빵 떠지는 오토바이 액션씬이 담긴 후반부에서 제3세계와의 문제에 대한 뭔가를 살짝이라도 터치했다면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역시 조심스러운 토니 길로이가 다음 편을 염두해둔 접근 방식이라 믿고 싶다.


본 레거시(Bourne Legacy, US, 2012, 135min)

감독: 토니 길로이

출연: 제레미 레너, 에드워드 노튼, 레이첼 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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