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최신작

파이터

walrus 2011. 3. 27. 01:18


잘만든 영화만이 좋은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못만든' 영화가 훨씬 파워풀한 임팩트를 줄 때가 있다. 약점이 있더라도 장점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리쉬 복서 미키 워드가 그랬다. 영화 속 이야기는 실화와 그대로 일치하고 못나빠진 주변 인간들과의 너절한 인생 속에서 얻은 투지로 수많은 약점을 노출하며 얻어 터지면서도 한번도 KO로 무릎 꿇지 않은 진정한 파이터였다. 영화도 그렇다. 한명한명의 탁월한 연기는 튀기도 하며 조율이 잘된 것 같지 않고 극의 전개도 거칠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너절한 마을의 공기와 너덜너덜해진 복서의 몸이 느껴지고 복서와 관객, 시청자의 시선이 섞인 권투장면은 창의적이면서도 넘치는 에너지를 전달한다. 거친 호흡의 복서의 바람을 가르는 주먹이 느껴지는 만큼 사운드가 주는 효과도 상당하다. 성난 황소의 그늘을 벗어난 권투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Here I go Again을 비롯한 사운드트랙도 피를 끓어오르게 한다. 잘만든 선댄스 취향의 인디영화나 웰메이드 블럭버스터보다 훨씬 파워풀하다. 이 영화는 적어도 나에겐 올해의 영화 중 한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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