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최신작

4개월, 3주 ... 그리고 2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성의 일상, 참혹한 삶의 진실.

이 영화는 고통스럽다. 지루해서 고통스러운 것도 시각적 잔혹함이 강해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여성이 국가권력, 가족 등의 작은 사회를 통한 미시적 권력, 그리고 남녀관계 상의 권력을 통해 얼마나 참담하게 짖밟히고 있는지를 날 것으로 보여주기에 고통스럽다. 아니 더 나아가 그 공간에 직접 던져진 듯한, 살에 닻는 느낌으로 체험하게 하기에 고통스럽다. 그것이 극단적인 상황설정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항상 존재하는 것임을 느끼게 되면 그 참담함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낙태는 영화의 소재이고 주제의 일부일 수는 있으나 결코 영화의 핵심은 될 수 없으며 영화는 결코 상투적인-물론, 의미있을수는 있지만-낙태논란에는 그다지 관심없다. 작가는 낙태를 한 배우가 아닌 그의 동성 친구가 겪는 일상적일 수도 있는 고통에 오히려 주목하고 있다. 고통은 잔혹하면서 집요하다. 심지어 유머마저도 잔혹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침묵 밖에 답이 없는 그 상황에서 영화가 종료된 후 나오는 엔딩크레딧에 흐르는 음악 마저도 발랄하기에 오히려 잔혹하다. 발랄한 음악이 주는 생뚱 맞음은 거리두기를 통해 일상의 폭력성을 재상기시킨다. 심지어 영화포스터에 주연배우의 등짝에 세겨진 4 Luni 3 Saptamini Si 2 Zile 마저 그 여성이 지고가야할 주홍글씨처럼 느껴진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날이 선 페미니즘의 영화가 남성감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게 주어진 황금종려상은 유럽영화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잠수종과 나비가 새로운 실험을 통해 개인의 자유의지의 소중함을 노래했다면 이 영화는 전통적인 방법론으로 현실에 시선을 부여하는 것이 여전히 강한 힘을 가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점에, 나는 동의한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4 Luni, 3 Saptamini Si 2 Zile, Romania, 2007, 112min)

감독: 크리스티안 문쥬

출연: 아나마리아 마린차, 로라 바실리우, 블라드 이바노브, 알렉산드루 포토신

'영화 > 최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톤먼트  (0) 2008.03.14
데어 윌 비 블러드  (0) 2008.03.09
아주르와 아스마르  (0) 2008.02.25
주노  (0) 2008.02.2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0) 2008.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