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드라는 한 아마추어의 손에 쥐어진 캠코더를 통해 펼쳐지는 85분의 시간은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의 손인 척 해도 사실은 절묘하게 촬영, 편집된 영상 그리고 장르적 특성을 치고 빠지는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돋보인다. 또한, 911과 이라크전 그리고 과잉된 이미지의 대선 등을 통해 학습된 유튜브 세대의 시선을 관객들에게 바라보게하는 비디오 세대 감독의 통찰력은 쉽게 넘길 부분이 아니다. 유튜브 세대의 특성 중 하나는 '불신'에 있다. 어떠한 권위도 믿지 못하는, 자신의 방식대로 규정해버리는, 그것보다도 사실은 얼버무리고 무관심한 지금 세대의 특징을 교묘하게 드러낸다. 아마도 20년전 10년전에는 이런 상상을 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캠코더를 쥐어주면 또는 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 진실은 드러날 것이라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호주머니에 캠코더가 들어와 있는 세상은 오히려 모호함만 증가되고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이런 질문이 들었다. 과연 유튜브 세대가 자신이 죽기 직전에도 사명감에 넘친 종군기자처럼 무모한 촬영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흥행성을 위한 상황의 설정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측면의 개연성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실제가 어떻다'를 얘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요즘 세대들은 '이렇게 본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유튜브에 유출된 동영상으로 영화의 내용과 전혀 다르며 훨씬 다양한 얘기가 오고간 상황 자체가 영화의 접근 방식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이다. 실체와 관계없이 떡밥이 떡밥을 무는.
클로버필드(Cloverfield, US, 2007, 85min)
감독: 매튜 리브스
출연: 마이클 스탈 데이빗, 마이크 보겔, 리지 캐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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