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미스트'의 공통점은 장르 영화로서의 아쉬움 대신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장점으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B급 공포 영화와 재난영화의 장르 영화로서 미스트는 그다지 탁월하지 않다. '공포'라기 보다는 '놀람'에 가까우며 촉수와 벌레가 날아다니는 아비규환은 확실히 '쾌감'을 주기에는 약하다. 하지만 상황과 캐릭터의 배치는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정교하다. 1980년에 발표된 스티븐 킹의 원작이 가지는 힘도 있겠지만 바로 지금 미국에 대해 입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은 프랭크 다라본트의 역량이 훨씬 더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넘치는 정보는 오히려 불확실한 세계관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신뢰를 잃어버린 관료, 포퓰리즘 속에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며 미쳐가는 이기적인 블루 칼라, 제물이 필요한 대중, 그리고 작가와 동일한 시선에 있는, 지금의 상황이 당혹스러운 하지만 역시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인텔리. 이 영화에서 '공포'의 역할은 장르로서의 공포보다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그리고 사회적 현상의 촉매제 또는 도구가 되고 있는 '공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이것은 장치적인 공포보다도 훨씬 더 무섭고 흥미진진한, 끝까지 힘을 가질 수 있는 추진력이 된다.

미스트(The Mist, US, 2007, 125min)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토마스 드레이튼, 마샤 가이 하든, 로리 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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