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정상'에 속함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비정상'으로 규정짓고 폭력을 가하는 것, 파시즘. 몇달 전과 DVD와 '영문자막'이라는 다소 제한적인 정보로 볼 때와 달리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분출되는 천재성과 모호함 그리고 영상혁명과 정치적 입장 사이에서의 혼란스러움. 볼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영화이고 한편으로는 그런 혼란스럽고 모호함이 영화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르톨루치는 이 영화를 28살에 만들었다고 한다. 28에 아무도 못오를 '정상'의 위치에 올라버린 '비정상'적인 상황을 그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천재의 비극적? 운명은 우리같이 '정상'적으로 평범한 인물들에게 나름 '파쇼'적인 만족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순응자(Il Conformista, Italy/France, 1971, 115min)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장-루이 트랭티낭, 스테파니아 산드렐리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촬영일정 때문에 못온다고 공지가 나갔지만 결국은 촬영스텝 다끌고 극장을 방문했다. 우리가 만들 영화 목표치 한번 높여 보자며. 대신 시네토크는 준비가 덜된 관계로 못한다고 했는데, 어쩌면 이 역시 프로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김지운, 최동훈 등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영화를 이끄는 이들이 기를 받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늘 자신만만하던 평소 때의 목소리와 달리 박찬욱 감독의 목소리에는 파르르 떨림이 감지되었다. 말로 설명안될 설레임과 파르르 떨림. 보통 이런건 사랑의 화학작용을 통해 발생되는 신체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