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고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씨네마테크에서 이 작품을 포함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4작품을 필름으로 감상할 날이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엔 DVD로 보게되었다.
2) 이전 시대 하워드 혹스의 스카페이스 이후 70년대 초의 대부, 80년대 초 바로 이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인어메리카 그리고 최근의 아메리칸 갱스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갱스터 영화는 미국의 20세기를 바로 그들의 시선에서 회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왔다. 그들의 자서전과 같은 영화이기에 그들 스스로를 너무나 비리하게 그릴 수는 없었고 위엄을 살리면서도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장르 영화의 틀이 있다. 그 틀 속에는 특히 금주법과 공황의 시기 그리고 68년을 전후한 시기가 가장 핵심적인 타임프레임이 되고 있다. 금주법과 공황이 미국이란 나라의 덩치가 커지면서 암종도 커진 시기라면 68년은 호황의 막판 새로운 유사 프레임을 찾기 위한 격렬한 성장통의 시기였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이 두 시대를 정확히 관통하며 미국을 얘기하고 있다. 돈이 돈을 먹는 기회의 땅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욕망으로 변질된 사랑과 기회주의를 위해 희생된 우정. 그 사이에 어떤 이는 미끄러지고 어떤 이는 이용당했다.
3) 아벨 페라라의 킹 뉴욕, 마틴 스콜세지의 갱즈오브뉴욕, 최근의 아메리칸 갱스터와 같은 거대 스케일의 제목들의 영화들이 있지만, '미국의 언젠가'라는 제목만큼 간지나는 제목은 없는 것 같다. 제목 뿐만이 아니라 역시 화면빨의 간지에 있어서는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는 뭐 말할 필요가 없는 거장이다. 거기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몇몇 음악은 역시 이 영화는 몰라도 영화음악은 다 들어봤으며, 영화는 잊어도 음악은 남으며 영화 감상 후 미친 놈처럼 흥얼거리게 만드는 괴력으로 영화의 짙은 향기를 더하고 있다. 더욱이 로버트 드니로라는 20세기의 배우가 자신의 럭셔리한 필르모그래피를 하나를 이 영화를 통해 채우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4) 물론, 이 영화는 조지 오웰이 35년전에 얘기했던 1984년보다 더 비리한 냉전 시대의 미국에서 나름 자기 역사를 회고하는 가치가 있다. 300년도 안된 프랑스 혁명을 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했던 중국 역사가처럼 역사를 회고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 하다. 역사라는 것은 현시대의 시선에 따라 요동치는 것이며 그게 Steady State에 근접한 시점이 되어야 그나마 어느 정도의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다. 주류에서 너무 과격하게 가다 몰락을 한 천국의 문과 달리 주류적 걸작의 길을 택했기에 그 시대 딱 통할만한 미국인의 시선이라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한참 뒤에 나온 포레스트 검프보다는 훨씬 덜 구리다. 아무튼, 우리는 영화 그리고 고전영화를 통해 역사를 이해함과 동시에 1984년의 시선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5) 여기서도 느껴지는 건. 요즘 제일 즐겨보는 김영진의 러프컷에서 얘기했듯이 최악이 대신 차악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리버럴.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건 세월이 가고 역사가 쓰여져도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US, 1984, 238min)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로버트 드니로, 제임스 우즈, 엘리자베스 맥거번, 조 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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