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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나윤선 퀸텟 - LG아트센터, 200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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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최고의 가수? 일말의 지체없이(솔직히 말하자면 10초 정도 지체 후) 나윤선. 한번 들어보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기에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은 많다. 특히 노래방 문화가 생긴 이후 왠만한 사람 고음 되고 파워도 갖춘 사람 찾아서 빡세게 트레이닝하면 왠만한 가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가수가 엔터테이너가 아닌 뮤지션과 아티스트가 되려면 중요한 것이 추가되어야 한다. 다른 이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독창성과 창의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열정.

 

정상급 흑인 보컬이 실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괴물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엄청난 성량과 다채로운 필링을 거의 매순간 뿜어낸다. 영미권의 백인 뮤지션 들 역시 절대 흑인 뮤지션의 그런 느낌을 낼 수 없다. 해봤자 흉내지 진짜는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단순 리듬앤블루스 카피 밴드에서 최고의 라이브 뮤지션이 된 믹재거가 될 것이다. 2003년 JVC재즈페스티발에서 나윤선을 처음 봤을 때 큰 감흥은 오지 않았다. 물론, 같이 무대를 선 이가 다름 아닌 최강 팽만식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때의 느낌은 '차가운 유럽형 보컬'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상은 아니었고 결코 흑인 여성 보컬의 느낌 정도는 아니엇다. 하지만 그 이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지금의 나윤선이 가지는 포스는 손가락에 꼽을만한 한국 뮤지션만이 오른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나윤선의 말투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참 겸손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최근 인터뷰 중 나윤선 역시 흑인이 가지고 있는 부분은 아무리해도 따라갈 수 없음을 인정한 바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더 큰 영역으로 뻗어나갈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요즘은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겸손함과 자신감의 조화. 그것은 지금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이다.(실제로 그런 모습은 외모에서도 풍기고 있다) 나윤선의 보컬은 단지 노랫말을 음정에 실어 발성하는 차원이 아닌 음 하나하나 구절 하나하나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말미잘의 수많은 촉수가 뻗어나가듯이 디테일이 살아서 숨쉰다.

 

한가지 절대 간과해서 안될 부분은 밴드의 역할이다. 전형적인 퀸텟과 다르게 비슷한 멜로디 악기인 피아노와 비브라폰 주자가 공존하고 있다. 4음을 동시에 칠 수 있는 비브라폰과 피아노이 이루어내는 화성은 보다 미묘한 디테일을 만들어낸다. 나윤선 퀸텟은 정교하게 계산된 세 개의 멜로디 악기가 공존하는 셈이다. 최근 갈수록 나윤선 퀸텟은 대중성이란 쓰레기 통에 처박아버렸다 싶을 정도로 막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지 하고 싶은데로 해버리는 과격함과 자기중심성은 뮤지션을 롱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편, 사운드간의 볼륨 조절이 조금 아쉬웠다. 비브라폰 쪽이 조금 더 커서 피아노와 더 부딪히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떨가 싶다. 나윤선이 얘기한바대로 첫곡에서 보컬이 모니터에 안잡히는 것도 있었고. 그리고 공연의 레파토리에서는 곡 하나하나의 다이내믹스는 있지만 공연의 피크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 역시 필링에 강하게 의존하는 뮤지션과 다른 점일 수도 있겠지만, 관중들에게 보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되기 위해서는 하일라이트에서 끝까지 보내주는 그런 기승전결의 구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p.s. LG아트센터는 만원이었고 나윤선은 이번 튜어를 성사시킨 앰프 인재진 대표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대중에 끌려가기 보다 음악 자체의 quality를 소중히 아끼는 앰프에 진심으로 감사를.(인재진 대표와 저녁 먹은 적 있는 인연을 억지로 강조하려는 walrus의 이 억척스러운 추함)

 

Le Monde: '여러 색깔의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주 놀라운 목소리의 소유자이며, 재즈 스탠더드 만을 흉내내며 반복하는 여가수들 사이에서, 자신의 창작곡을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멋지게 소화하는 용감한 여성이다'

 

Jazz Magazine: '신선하고도 강력한 매혹의 음색, 섬세한 고난도의 조음력, 다양하고 화려한 발서안에 흐르는 순후사고 깨끗한 가사 전달력이 나윤선의 스캣이고 스윙이다. 교과서적 틀을 뛰어넘은 그녀의 소리에는 그녀만의 형태가, 가사에는 그녀만의 입체감이 살앙ㅆ다..'

 

Jazzman: '나윤선은 우리의 고정관념속에서 이미지화 되어있는 재즈, 즉 블랙 아메리칸적이고 흐느적거리는 어두운 클럽 분위기에서 자신을 변별시키는 영리함을 가지고 있다'

 

La Croix: '그녀의 모국 한국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다. 그러나 가수 나윤선의 음악은 아침보다는 밤의 정서에 가깝다'

 

Walrus(2003 JVC 재즈 페스티발 후): 역시 재즈 보컬은 약먹은 흑인들이 해야~

Walrus(2006 LG아트센터 공연 후): 머쩌머쩌~누님 싸랑해요~

 

나윤선: 보컬

David Neerman: Vibraphone

Benjamin Moussay: Piano

Jonathan Zelnik: Contrabass

David Georgelet: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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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도찰에의 욕구. 이번엔 좀 소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