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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멈출 수 없는 소유욕을 표현하는 두가지 다른 방식-킹콩, 갇힌 여인

헐리우드는 꿈의 궁전이다. 누구나 꿈꾸어왔던 것들을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멋들어지게 창출하는 곳이다. 디즈니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이의 꿈만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어른들의 꿈을 파는데 더 관심이 많다.  블루 칼라의 억눌린 욕정은 다른 형태를 통해 표출할 출구를 만들어 준다. 도도하고 아름다운 블론디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다는-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욕망을 거대한 고릴라라는 대체물을 통해 노골적으로 표출한다. 하지만, 그런 뒤틀어진 욕망은 다이내믹한 스펙터클을 통해 숨어버렸다. 블루칼라들은 이 영화를 보며 대리 만족을 하며 자신의 현실을 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중심에 선 피터 잭슨의 욕심이 담겨진 영화기도 하다. 역시 피터 잭슨의 역량은 장인의 경지에 올라와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는 1,2,3부로 자연스럽게 나뉘게 되는데 킹콩이 등장하지 않는 초반 한시간에서도 화면의 역동성은 지루함을 느끼기 힘들다. 영화 통틀어 헐리우드가 자신에 미친 영향을 고백하고 있으며 잭 블랙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 너무나 영화를 사랑했지만 거대한 성공에 억눌리고 있는 피터 잭슨의 모습이 그려지는 건 괜한 생각일까?
 
갇힌 여인 역시 집착에 대한 영화다. 킹콩이 블루칼라의 욕망을 나타내었다면 갇힌 여인은 오히려 부르주아의 집착을 보여준다. 킹콩이 시종일관 역동적인 스펙터클의 힘을 과시한 영화라면 이 영화는 닫힌 공간 속의 폐쇄성 속에 한 남자의 집요한 소유욕을 담아 낸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스타일이 주제의식을 은폐하고 위장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유럽 영화에서는 주제의식과 손을 잡고 가는 방식이다.
 

헐리우드는 천국을 본 따 설계된 곳이다.

천국과 지옥이 필요했던 하느님이

그 두 개의 상점 대신

하나의 상점만을, 즉 천국만을

만들어 냈을 거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천국은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에게는

지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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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King Kong, 2005)

뉴질랜드, 미국, 186분

감독: 피터 잭슨

출연: 나오미 와츠, 잭 블랙, 앤디 서키스, 에드리언 브로디

 

갇힌 여인(The Captive, La Captive, 2000)

프랑스, 벨기에, 117분

감독: 샹탈 애커만

출연: 스타니슬라 메하르, 실비 테스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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