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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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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집착의 차이는?

알고 보면 별 것 없다. 사랑이 보다 게임이론에 충실한 것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집착 마저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행위이며

그러한 행위가 사회적인 성공-둘 만의 사회라도-을 거둘 때, 또는 인정받을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쓴다.


이 영화와 원작의 미덕은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된 행위에 관해

유치할 정도로 직설적이며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사는 5단어를 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주고 받지만

어쩌면 진실은 5단어 안에 있다.

마르땅이 궁금했던 진실 마저도...'그래 나 바람 펴'를 듣고 싶어했던 것 아니었던가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는 사람은

참 피곤하게 산다.

자신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지극히 피곤하게 정당화하고자 하니.


If you want it you got it
You just got to believe
Believe in yourself
'Cause it's all just a game
We just want to be loved

----------------Lenny Kravitz, Believe


나를 지옥의 문턱까지 몰고 갔던 한 지식인을 용서하며.


주연
샤를스 베르링Charles Berling :  마르땅 역
소피 귀레민Sophie Guillemin :  세실리아 역

연출 부문
세드릭 칸Cedric Kahn : 감독

이 사랑을 멈출 수 없는 남자, 마르땅

40대 철학교수. 아내와 이혼 후 삶의 의욕을 잃고 방황 중이다. 성충동을 예술이나 학문적인 성취로 해소하는 프로이드의 '승화'를 들먹이며 금욕적인 생활을 고집한지 6개월 째. 그러나 가르치는 일에서도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지만 별 진전이 없다. 어느 날 단순한 호기심에서 누드모델 세실리아를 만나면서 그동안 몸담아왔던 차가운 이성의 세계와 결별하고 사랑에 매달려 열병을 앓는 사람들이 겪는 정체모를 괴로움을 경험한다. 한 때, 승화를 모르는 인간은 날뛰는 성기와 콩알만한 뇌를 가진 한심한 미치광이라고 단언하던 마르땅. 그는 세실리아를 향한 사랑 때문에 잠을 설치며 번민하고, 그렇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그녀에게 자기보다 젊은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사랑은 불같은 질투와 집착이 된다.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세실리아를 독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는 마르땅. 사랑은 포기했다고 말하던 그는 이제 어떻게 해도 애타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다.


사랑에 빠지는 인간,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에 대한 해부
참을 수 없는 독점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심리드라마

17살 난 누드모델 세실리아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40대의 이혼남, 철학교수 마르땅의 지독한 사랑을 그린 영화 <권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사로잡는 욕망을 낱낱이 드러내는 작품. 열정적인 사랑 따위는 어리석게 여기며 살아온 마르땅은 늙은 화가 메여스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묘한 매력을 지닌 세실리아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화가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토록 맹렬하게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했던 것은 무엇 때문인지 만남을 거듭하며 세실리아를 집요하게 추궁하던 마르땅은 결국 자신도 그녀 없이 살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사랑에 사로잡힌다.
영화 <권태>의 매력은 마르땅에게 찾아온 이 사랑을 낭만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데 있다. <권태>는 사랑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욕망의 정체를 직시한다. 그것은 소유욕, 더 나아가서는 독점욕이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마르땅을 성적인 충동, 집착, 질투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아무리 사랑해도 상대를 송두리째 소유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 더구나 결코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뿐더러 삼각관계를 버젓이 유지하려는 세실리아는 마르땅을 견딜 수 없는 지경으로 애타게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더욱 탐하게 되는 욕망의 아이러니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사랑에 사로잡힌 이들의 증상에 대한 내밀한 기록
극단적인 설정도 공감가능하게 하는 탁월한 묘사

40대 철학교수와 17살 누드모델의 스캔들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사랑에 대한 집착, 한 여자에 대한 독점욕을 다소 극단적으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권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설득력과 현실감을 가진 작품이다. 아마도 최근에 실연했거나 짝사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만하다. 사랑을 앓는 사람들의 증상과 심리를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

사랑에 빠진 마르땅의 일상은 세실리아의 작은 몸짓과 말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온종일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다 같이 있을 때는 그녀가 따분해하면 어쩌나 불안해하고,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있는 상상으로 시달리는 마르땅.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딴 남자와 자는 세실리아의 마음을 알 수가 없는 마르땅은 이혼한 전 부인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까지 붙잡고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질문을 퍼붓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애인이 생겼는데 전보다 더 그녀를 원해""같이 자는 걸 즐기면 사랑하는 걸까요?""여자가 약속을 어기면 마음이 변한 걸까요?""내가 따분한 사람일까요? 그래서 여자가 바람을 피우는 걸까요?"그는 품위 따위는 던져버린 채 본능적이고 원색적인 반응을 보이며 영화는 한 시도 느긋하지 못한 마르땅의 심리를 따라 신경질적인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마르땅은 운전할 때마다 굉음을 내면서 질주하는데, 자동차의 급가속 음향도 그의 내적 갈등과 불안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여자 때문에 비상식적으로 변해가는 남자
너무나 다른 캐릭터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독특한 유머

마르땅은 사랑은 한 사람만을 향한 마음이라고 믿는 보통 수준의 상식과 플라톤과 칸트를 통해 쾌락과 욕망의 정체를 분석하는 보통 이상의 지성을 갖춘 인물. 그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세상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철학가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그가 분석할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세실리아. 그녀는 세상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여자다. 마르땅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남자와 자는 여자,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여자에게 두려움이나 윤리적 죄책감은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욕망과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한 그녀 앞에서 그의 분석의 메스는 힘을 잃는다.

영화 <권태>는 마르땅의 사랑을 너무나 절실하고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에 응답하지 않는 그녀 때문에 그의 노력이 무익한 헛발질이 될 때마다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마르땅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할 순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아버지처럼, 선생님처럼 가르쳐도 보고, 으름장도 놓아본다. 급기야 부와 명성을 가져다줄 결혼을 제안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침묵하거나 왜 그런 것이 필요하냐고 천진난만하게 되묻고, '섹스하자'며 말문을 막는다. 이성과 상식으로 설득할 수 없는 그녀 앞에서 중년의 철학교수는 아무 이유 없이 토라지고, 떼쓰는 어린 아이처럼 퇴행하게 된다. 세실리아와의 관계를 정리하고도 싶지만 마르땅의 몸과 마음은 이미 통제불능. 어느 날은 통화중에 그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전화기를 던져 박살내버린다. 다시는 전화를 걸지 않을 것처럼 흥분했던 그는 곧 벽장으로 달려가고 새로운 전화기를 꺼내 통화를 시도한다. 나중에는 하루종일 전화 기다리는 것도 모자라 세실리아의 뒤를 밟기도 하는 마르땅.
한 때, 마르땅은 사랑을 끊고 성욕을 승화시켜 책을 쓰겠노라 선언하며 사랑에 빠진 남자들을 '날뛰는 성기와 콩알 만한 뇌를 지닌 한심한 미치광이'라고 비웃었지만 결국 자신이 그 한심한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녀를 독점하기 위해 그가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은 너무나 진지해서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인간이라는 존재를 고스란히 그려낸다.

파격적인 베드씬으로 국내 상영자체가 불가능했던 화제작
결국엔 이것이 육체와 영혼의 문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권태>는 공격적인 노출과 베드씬이 문제되어 수입추천 불허 판정을 받고 국내 상영자체가 불가능했다가, 재심을 통해 NO CUT으로 개봉이 가능해진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성애묘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그저 야한 영화로 보아 넘길 수는 없다. <권태>는 사랑에 빠진 중년 남자의 극단적인 욕망과 성적 충동을 다루면서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에 끝없이 매달리고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하는 인간의 실존적 고민에까지 접근한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정사는 권태와 절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삶을 견뎌내기 위해 택하는 가장 인간적인 선택으로 그려진다. 삶의 무게를 휘발시켜 버리려는 듯 절정의 순간을 애타게 구하는 것이다. 일상에 부여하는 강렬한 자극으로, 호기심과 동물적인 본능의 유혹으로 시작된 마르땅의 섹스는 처음엔 상대방의 몸을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가 이내 자신은 아무것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 공허함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그 깨달음의 순간, 소유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집착하고 탐닉하는 것이다. "그 애랑 잘수록 소유할 수가 없어. 섹스를 너무 해서 소유할 힘이 없어져"라는 고백처럼...


인간 욕망의 본질을 거침없이 대담하게 그린 탄탄한 원작의 업그레이드!
이 영화에는 모라비아가 생애, 그의 작가생활을 통하여 고집해온 테마가 그대로 그려져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고독이고, 끝없는 소외감,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며, '성' 이고 말 그대로 '권태'인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은 여기에 그려져 있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모라비아의 팬이 아니라도 꼭 봐야 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 코이케 마리코, 소설가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만나보는 기쁨!

이 영화의 원작은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권태(La Noia)』. 모라비아는 실존적 고민 속에서 욕망의 문제, 사랑과 미움, 질투, 끝없는 회의에 직면하게 되는 삶의 부조리를 심도 있게 다룬 것으로 유명하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집요한 탐색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성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 종종 외설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지만(1952년 그의 소설들은 외설이라는 이유로 교황청의 금서목록에 오른다) 성(性)을 파시즘의 문제와 결부시켜 그 욕망의 정체를 해부하는 작품들은 도발적인 매력과 세련된 정치적 메시지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모라비아는 특히 영화감독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작가이며, 많은 감독들이 그의 소설의 영화화를 시도했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경멸(1963)>,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1971)>가 그 대표적인 예.

세드릭 칸이 모라비아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미묘한 욕망을 탁월하게 잡아낸 원작의 가치가 훼손될까 우려했지만 <권태>는 그것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훌륭하게 증명해냈다. 세드릭 칸은 섬세하고도 드라마틱한 연출을 통해 60년대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20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이야기로 재창조했고 영화 <권태>는 원작 소설의 정수를 더욱 더 흥미롭고 박진감있게 펼쳐낸 것이다. 국내에서 모라비아의 작품은 유작인 『표범 같은 여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절판이거나 출판되지 않은 상태여서, 그의 걸작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 영화 <권태>의 개봉은 모라비아를 스크린에서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무관심, 질투, 권태, 야망 등 인간 본연의 의식과
무의식에 자리잡은 본질적인 요소를 문학이라는 그릇 속에 담고자 했다
-한형곤, 한국외대 이태리어과 교수

20세기 최고의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1907-1990)
이탈리아 배출한 최고의 소설가이자 20세기 유럽 문학계의 거장으로 숭배받고 있는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1907년 로마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알베르토 핀케를레. 골수결핵이라는 병에 걸려 9살 때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투병생활을 하면서 희곡과 소설을 독파하기 시작한다. 1929년 『무관심한 사람들』로 문학계에 데뷔, 당시의 이탈리아 중산층에 만연한 부패와 무기력한 삶을 묘사하여 큰 호평을 받지만 곧 정치적인 탄압을 받아 발매금지를 당한다. 이후 발표한 『가장무도회(1941)』 역시 몰수되고 발매금지를 당했으며 집필금지 명령을 받은 파시스트의 추적을 피해 숨어지내기 시작한다. 모라비아는 미군의 도움을 받으면서 오랜 파시스트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되며 안정적인 여건에서 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었고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아고스티노(1945)』, 『로마의 여자(1947)』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한다. 그는 부르주아계급의 남녀관계를 꾸준히 탐구하는 한편, 전쟁체험을 통해 깊어진 역사정치적 성찰이 깃든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소설 이외에도 희곡, 여행기, 영화 비평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선보였다. 1990년 작고하기 이전까지 모라비아는 『데카메론』의 보카치오 이후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며 동시대 어떤 작가보다 더 오랫동안 왕성하고 정열적인 작품활동을 하였고 그의 책들은 전 세계에 번역, 출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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