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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알렉산더

알렉산더-911 이후의 미국 사회, 올리버스톤의 결정은 헬레니즘에 대한 고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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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제일 좋아했던 감독인 올리버 스톤이란 감독이 아직 심하게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약 트로이식의 드라마틱한 영웅화를 빙자한 여성용 에로물로 만들었다면 올리버 스톤 마저도 ***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올리버 스톤이란 감독의 장점이자 한계는 미국적이라는 점,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포스트 베이붐의 역사의식에 너무나 집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히 정치적이었지만 포스트 베이붐 세대의 낭만주의,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선악구도, 그리고 미국 내에서만의 정의를 생각한다는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걸 또 전형적인 미국식 블럭버스터로 화려하면서도 튼실하게 포장해내는데도 장인의 솜씨를 발휘한다. 별로 나쁠 것 없다. 적어도 많은 이들에게 정치적 이슈를 생각하게 하니.


  어쩌면 한계에 부딪히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유턴 때도 지향점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911 이후 미국 사회의 변화에 올리버 스톤이 겪었을 혼돈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사실, 예전에 올리버 스톤의 역할은 이제 마이클 무어가 이어 받았고 훨씬 더 잘하고 있으니.


  유턴에서 그랬던 것처럼 올리버 스톤은 숨을 고르며 자신의 인식을 다듬을 소재를 찾았던 것 같고 바로 이는 서구 문명의 출발점인 헬레니즘이었다. 드라마를 포기했기 때문에 서구의 평론가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나레이션과 상황 속에는 올리버스톤이 결코 포기하지 않을 주제의식이 스며들어가 있다.  문화적 우월감에 기반한 헬레니즘과 세계의 시민사회, 끊임없는 정복과 팽창에의 욕구, 또다른 팽창을 위한 다소간의 포용까지... 이는 서구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적어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원동력일 수 있다. 그것 자체의 모순과 한계까지. 그리고 서구 사회 내부에서의 갈등과 남북 문제로 점철되는 새로운 갈등 구조까지. 이러한 주제의식은 영화의 주 캐릭터의 갈등구조까지 이어진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헬레니즘에 근간을 둔 그리스-로마 문명의 상류층에 일반적이었던 소수자적 코드, 마뜨료쉬까처럼 얽히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 쟁탈전.


 

  사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유지나가 지적한데로 블록버스터의 함정이다. 사실 스펙터클한 영상미와 대하소설적인 큰 시간축을 포기하고 알렉산더 사망을 기점으로 갈등구조와 주제의식을 버무렸으면 탁월한 작품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나라면 알렉산더가 죽어야만 했던 갈등구조를 축으로 필립이 사망해야 했던 과거의 시점을 오버랩시키며 주제의식을 풀어나갔을 것 같다. 마치 대부2처럼. 하지만 올리버 스톤이라는 블럭버스터의 미학을 추구하는 감독의 스타일은 그렇게 풀어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나레이션에 의존하는 바가 너무 컸고 시간축의 디스크릿한 이동은 드라마의 조밀함을 포기해야 했고 주제의식도 산만하게 날라가는 경향이 있다. 사실, 올리버 스톤은 무엇을 얘기해야할지도 스스로 갈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올리버스톤의 고민 자체가 무엇이 정당한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심리상태가 투영된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그들의 힘에 대한 허상...또, 몇 장면은 역시 올리버 스톤이라 할만한 기지를 선보인다. 필립과 올림피아스의 섹스신과 록산과의 섹스신은 각기 마케도니아-그리스, 그리스-오리엔트간의 문명의 만남에서 갈등과 화해를 절묘하게 상징한다. 또, 인도와의 전쟁씬은 알렉산더의 영웅적 환타지가 결코 세계를 정복할 수 없었고 피비린네나는 전쟁 속에서 자기 정당화 밖엔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역시 올리버 스톤은 올리버 스톤이었다. 그의 역량과 한계를 여전히 보여준 작품이다. 다음 영화도 꼭 보게 될 것 같다.


p.s 미국 내 악평은 오히려 미국 내 평론가들의 편협한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 내 평이 훨씬 정확해 보인다. 노 맨스 랜드처럼 잘못된 광고전단의 선전 문구가 이 영화의 가치를 깍아 먹는다.


이하 씨네21의 2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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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식: 폭은 넓지만 깊이는 낮다. 올리버스톤의 지나친 야심 ★★★

유지나: 정치적 올바름을 잘 아는 스톤. 블록버스터의 함정에 빠지다 ★★★

임범: 내가 뭔 말을 할지 모를 때 말이 많아지더라구요 ★★★

황진미: <트로이>의 맹점을 극복하고, 인간 욕망의 대서사를 이루다 ★★★★


이하 홍성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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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로 불리우는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올리버 스톤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스펙타클한 역사 전기 드라마. 제작비 1억 5천만불을 투입한 이 영화에서 콜린 파렐가 타이틀 롤인 알렉산더 대왕 역을 맡았고,<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와<배트맨 포에버>의 발 킬머가 각각 알렉산더의 어머니 올림피아스 여왕과 아버지 필립 왕을 연기했으며,<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가 알렉산더가 신뢰했던 프톨레마이오스 역을 담당했다. 또,<패닉 룸>의 자레드 레토가 알렉산더의 (동성애로까지 발전한) 오랜 친구 하페스티온 역을, 그리고<맨 인 블랙 2>의 로살리오 도슨이 알렉산더의 야심많고 아름다운 부인 록산 역으로 공연하고 있다. 미국 개봉에선 첫주 2,445개 극장으로부터 추수감사절 연휴 주말 5일동안 2,163만불의 수입을 기록,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전반부에 등장하는 대규모 고대 전투씬 이외에는, 위대한 정복자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고사하더라도 영화가 가진 드라마적 재미가 전혀 없다보니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 상당히 지루해졌다.

  알렉산더 대왕이 33세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후, 측근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가 그의 생애를 구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원전 356년, 마케도니아의 필립 왕과 올림피아스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알렉산더는 20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다. 통합된 그리스 군대를 이끌고 당시 최강이라고 불리우던 페르시아 군대와 격돌한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알렉산더는 대제국건설을 위한 동방 정벌에 나선다. 25세의 나이로 (당시 알려진)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한 그는 인도 코끼리 부대를 상대로 벌이는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하기까지 2만 2천 여 마일의 대장정동안 단 한차례도 전투에서 패하지 않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을 건설한다.

  미국 개봉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토론토 스타의 죠프 피비어는 "단순한 졸작이 아니라, 엄청난 졸작."이라고 공격했고, LA 타임즈의 케네스 튜란은 "신선한 것이라고는 없는 이 영화가 가는 곳 치고, 다른 영화들이 가보지 못했던 곳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디슨 톰슨은 "지루함과 흥분감이 교차되지만, 거의 대부분은 바보스럽다."고 공격했다. 또, 아리조나 리퍼블릭의 빌 멀러는 "나는 스톤 감독을 필름메이커로서 존경하지만,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기 보다는 지치게 만든다."고 평했고, 버라이어티의 토드 맥카시는 "이 지적이고 야심찬 영화는 결정적으로 드라마적인 감각과 감정 이입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으며,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리차드 버튼이 똑같이 블론드 머리를 하고 나와 무엇인가 불편해 보였던 1956년작<알렉산더 대왕>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우스꽝스러운 동시에 지루하다."고 혹평을 가했으고,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스는 영화를 감상한 후, 어떻게 알렉산더가 25세의 나이로 알려진 세계 대부분을 정복했는지 알게 되었다면서 "아마도 그는 모든 이를 지루하게 만들어서 항복을 받아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세 시간 길이 영화의 지루함에 가장 먼저 항복해버렸다."고 비아냥거렸다. (장재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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