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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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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Greenway에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마이클 나이먼의 공연 즈음해서였다. 마이클 나이먼의 미니멀이 근대 유럽의 전통음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는 것도 영화의 흥미로운 포인트일 듯 하다.

어떻게 보면 정말 구리고 감각없는 상황을 다양한 문화적 자극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뽑아낸 것은 순전히 피터 그리너웨이의 뛰어난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리라.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으로 왠지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할 것 같다.

 

줄거리
1964년 여름 영국 켄트주 한 귀족의 영지. 왕정복고 시대 직후의 오만한 귀족들은 자신들의 집과 정원, 재산을 뽐내기 위해 화가를 고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귀족인 허버트 부인(Mrs. Herbert: 자넷 수즈만 분)은 재능있으나 콧대가 높은 젊은 풍경 화가 네빌 씨(Mr. Neville: 안소니 히긴스 분)와 특이한 계약을 맺는다. 자기 남편이 부재한 동안 남편의 영지를 열 두장의 그림으로 그려주는 대신 상당한 보수와 화가가 원할 때마다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 허버트 부인은 소원해진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 그림들을 선물로 주려 한다고 말한다. 네빌은 그림에 포함되는 장소마다 엄격한 통제력을 행사하면서 꽉짜인 일정표대로 그림에 전념하는 한편 다분히 모욕적인 태도로 허버트 부인과의 성관계를 즐긴다. 그러나 네빌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허버트 부인의 사위인, 오만한 독일 귀족 탈만 씨(Mr. Talmann: 휴 플레이저 분)가 작업을 주시하면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통에 네빌과 자주 입씨름을 하게 된다. 그림이 진전될수록 네빌은 전날에는 없었던 물건들 - 정체 불명의 셔츠, 이층 창턱에 걸쳐진 사다리 등 - 이 정원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보이는 것은 정확히 그대로 묘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네빌은 투덜대면서도 이것들을 모두 그림속에 포함시킨다. 어느날 물에 빠진 허버트 백작(Mr. Herbert: 데이브 힐 분)의 시체가 영지 안에서 발견되고, 허버트의 딸 탈만 부인(Mrs. Talmann: 앤-루이스 램버트 분)은 네빌에게 접근하여 그의 그림속에 살인과 관련된 각종 암시가 들어 있으며, 이는 화가가 살인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해준다. 네빌은 탈만 부인의 지적을 무시하지만, 탈만 부인은 네빌을 보호해준다는 핑계로 그와의 성관계를 요구하고, 네빌은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열 두 장의 그림을 모두 마친 네빌은 잠시 영지를 떠나지만, 허버트 백작의 시체가 발견되었던 정원의 한 구석을 열 세 번째의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다시 돌아온다. 그는 허버트 부인에게 화해를 청하고 그녀와 다시 정사를 가지는데, 이 자리에 나타난 딸과 허버트 부인의 입을 통해 사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영지를 상속할 후손이었다는 실토를 듣게된다(탈만은 생식능력이 없었다). 저녁 어둠 속에서 그림을 마치려고 서두르는 네빌 앞에 복면을 쓴 귀족들이 나타나고 이들은 네빌을 실컷 모욕한 후 마침내 그를 살해한다. 그러나 정작 허버트 백작을 누가 죽였는가는 끝까지 미궁에 남게 된다.

영화해설
피터 그리너웨이는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 영화 만들기에서 대중적 영화 만들기로 옮겨가는 기점에 놓인 영화'라고 밝힌 것처럼 조금은 덜 '아방가르드'적이고 조금은 더 '그로테스크'한 영화다. 아름다운 17세기 영국의 정원을 무대로, '성과 죽음'이 '로맨스와 살인'이라는 옷을 걸쳐 입고서 아가사 크리스티 류의 미스테리를 펼쳐 나가고 거기에 양념처럼 세익스피어극을 방불케하는 감칠맛나는 대사들과 은근한 성적묘사들이 살짝살짝 삽입되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해 준다. 화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과 그것을 화폭에 담아낸 우아한 스케치들, 그리고 귀족들의 호사스러운 생활 등이 볼거리. 감상용으로 즐긴다면 이 영화는 정교하게 잘 짜여진, 그러면서도 관객을 미궁에 몰아넣는 한편의 살인 미스테리물이지만 분석용으로 고심하면서 보는 관객에게는 영화와 예술에 대한 은유, 귀족과 평민(예술가)간의 알력 다툼, 페미니즘적 문제의식 등 여러모로 다양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는,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흡족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는 독창적인 영화다

내용출처 : 필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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