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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JVC Jazz Festival 2일차(2003, 올림픽홀)

2003년 베스트 퍼포먼스. 재즈 공연도 이만큼 신날 수 있다.
★★★★★

  준식님 실수하신 겁니다. 저도 리릿나워를 좀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래리칼튼의 블루스 밴드는 엄청났지요. 작살이었습니다. Rio Funk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졌다고 보시면 될 듯. 저도 5호선이 중간에 끊겨서 택시 타고 왔지만요. 결론을 얘기하자면 20차례 정도는 되는 것 올해 내가 본 공연-작은 클럽 공연까지 포함하면 30번은 되는 것 같다-중 This year's performance로 과감하게 선택될 자격이 있는 공연. 연말까지 놀러갈 일이 있겠지만 이걸 능가할 공연은 절대 없으리라 확신한다.

  오늘은 1시간 일찍 7시 조금 넘어서 시작했다. T-Square의 섹스폰 주자라는 마사토 혼다 밴드. 사실 일본 밴드야 별로 들어본 적이 없고-오늘 확실히 깨달은 바지만 거기 애들이 잘해봐야 본토애들만하겠냐는 형편없는 편견 때문이었다-걍 생색내기용으로 끼워넣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적지 않았다. 더더욱이 시판대에서 판매하는 음반의 야시꾸리한 커버를 보면 더더욱이 그랬다.

  그런데, 공연 도중 안 쉬고 수다를 한 뒤에 여성분이 좋다고 난린거다. 대충 들어보니 이 바닥 잘모르는 처자는 아닌 것 같았고. 음악얘긴 쪼금 하고 '진짜 귀엽다' 이런 내용이 다수였지만.
암튼 양복을 곱게 차려입은 마사토 혼다가 들어와서 한바탕 불어재끼고 바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오자...장난이 아니네 싶었다. 섹스폰의 블로잉이 상당히 파워풀하면서도 톤자체가 청량감이 느껴지는 대중한테 충분히 어필할만한 섹스폰 주자였다. 순식간에 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탕-너무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중간중간에 미리 적어서 준비한 한글 멘트를 했는데 듣던데로 상당히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멘트가 울밴드만의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이 있어서 아쉽다. 그래도 즐겨주세요. 담에 올땐 한국말 제대로 배워서 오겠습니다. 등.
  퓨전 밴드답게 베이스의 통통거리는 맛도 일품. 마사토 혼다는 세종류의 섹스폰을 썼는데 하나는 완전 전자 섹스폰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몰라서리. 사실, 그 소리는 좀 아쉬웠다. 상당히 실험적인 사운드를 낼 수는 있었지만 라이브에서 삘은 비교할 바가 못되었다. 누누히 느낀 바지만 기타를 제외하고는 전기적으로 장난 안치는게 훨 좋은 것 같다.
  일본은 역시 진짜 재즈 강국이라는 걸 실감했다. 우리와 비교는 안될 정도로. 공연거품 뿐만 아니라 음반시장도 크고 자체적으로 이해하는 수준과 뮤지션의 수준 모두 인정해줘야할만한 나라.
마사토 혼다의 공연이 끝났을 때 분위긴...가자 이이상 뭐가 나온단 말인가...할 정도였다. 사실, 리릿나워와 래리칼튼이 파워풀하게 미는데 관심이 없는 편이라 좀 밀리지 않을까하는 기우까지 들 정도. 우측편 제일 앞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뮤지션이 살포시 나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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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볼 수가 있었는디...리릿나워처럼 보이는 머리 귀엽게 벗겨진 아저씨가 나올때...내가 젤 먼저 와~!! 했지롱. 암튼, 리릿나워 형님은 처음 나올 때부터 상당히 귀엽게 통통 뛰면서 나왔다 . 예전에 그루신하고 할 땐 점잖다는 느낌이었는데. 사실, 리릿나워가 누군가? 귀염상의 재즈계 얼짱 중 아닌가. 그런데 역시 많이 늙었더라. 맘 좋은 나많은 아저씨 느낌. 공연 내내 장난기가 수시로 발동했는데 왠지 빌리 크리스탈 닮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처음에 어쿠스틱? 기타는 바디가 뼈다귀만 있는 그런 기타였다. 중간에 연주하다 기타를 바꿀 때 그 뼈다귀를 살짝 때면서 깜짝 놀라는 척하는 개그까지 선보이기도.

리릿나워의 리듬파트는 상당히 개성이 강한 흑인 젊은이로 채워졌는데 상당히 흑인 특유의 탄력이 느껴지는 연주자였다. 일단, 드러머는 스네어를 깨지도록 강하게 치는 연주자였고 베이스는 리리낫워와 수시로 주고 받으며 곡을 끌어갔다. 반면 건반주자는 상당히 점잖은 편.
중간에 약간 느끼하면서 잘생긴 섹스폰 주자가 나와서 분위기를 바꿧다. 리릿나워는 각 연주자들 사이로 수시로 움직이며 서로 호흡을 맞췄다. 리릿나워의 기타가 상대적으로 큰 볼륨을 쓰는 편은 아니었으며 대체로 기분 좋을 정도로 그루브하게 진행하는 정도,,,내가 플레이어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실제 연주하기엔 만만치 않아보이는 그런 부분은 많았던 것 같다.

  앞자리에 Lee Ritenour를 쓴 여자분이 있었는데 리릿나워는 '이래놓고 나중엔 래리칼튼 들꺼지?'하면서 농담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그런데 인상적인 부분은 그렇게 장난기 많고 여유로운 연주자가 다른 연주자들의 솔로 때는 기타 튜닝을 항상 점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는 것이다.
중간에 선영님들이 뿅갈만한 스탈리시하면서 터프한 흑인 보컬리스트가 나왔다. 리릿나워는 자기 밴드에 상당히 젊고 재능있는 멤버들이 자유롭게 자기 기량을 발휘하는 여지를 많이 두는 것 같았다. 그 흑인 보컬리스트는 느끼보컬을 소화함과 동시에 연주중에는 멋들어지고 감각적인 댄스를 선보이며 청중들을 흔들어놓았다. 그넘은 바로 내 앞에 있었는데 맨앞자리에서 엄청난 허리운동을 동반한 헤드뱅잉과 오두방정을 하던 나와 윤정수 총쏘기까지 해가면서 놀았다. 사실, 이넘이 왜 나왔는지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리릿나워 불후의 히트발라드 'Is it you?'를 부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연습이었다. 리릿나워를 대표할만한 Rio Funk를 재해석해서 연주를 했는데 이것이 리릿나워 공연의 완벽한 백미였다. 기타를 바꾸면서 볼륨 자체를 키웠는데 캡틴 핑거스의 명성을 확인하게 충분한 엄청난 열연이었다. 일단, 등뒤돌아 연주할 때가 많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엄청난 핑거링을 선보이고 있을 것이 예상되었다. 팻매스니 때도 그랬지만 재즈 공연의 맛은 원곡을 공연 때마다 재해석해가면서 변형확장시키는걸 청중과 공유한다는 점이다. Rio Funk도 역시 솔로 파트를 완전히 재해석해서 진행했다.
역시 열광의...청중들은 앵콜을 요청했지만...사정없이 들어가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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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VC 2003의 백미: 래리 칼튼 & 사파이어 블루스 밴드

 

  개인적으로는 리릿나워에 애착이 많이 갔지만...이날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래리칼튼-사파이어 블루스 밴드일 듯. 래리 칼튼의 경우 외모에서도 그렇고 그 이전에 내가 본 연주에서 워낙 치밀하고 오버하지 않는 꼰대 계열의 연주자가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재밌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이 역시 엄청난 계산 착오였음.

최근 앨범인 사파이어 블루는 꽤 괜찮은 블루스 앨범이지만 그렇게 에너제틱하니 뭐 그런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역시 브라스의 파워는 엄청났다. 사파이어 블루스 밴드는 기존의 리듬 섹션에 다가 올겐을 위주로한 건반, 그리고 4인조 브라스 밴드. 정말 좋은 자리였던게 4인조 브라스 밴드의 완전 정면이었는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브라스에서 뿜어내는 파워를 바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첫곡부터 4인조 브라스 밴드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그 와중에서도 래리칼튼의 플레이는 살아있었다. 래리칼튼의 연주는 자기만의 날카로운 기타톤과 더불어 정통 블루스의 필을 제대로 보여주는 연주였다. 엄청난 브라스의 홍수 속에서도 기타 사운드가 가지는 공간은 충분히 있었고 음 하나하나를 평범하게 내는 경우가 없었다. 역시 루카서 형님이 싸부라고 부를만한 내공. 아무튼 래리칼튼 사파이어 블루스 밴드의 연주는 말그대로 가슴을 쿵쿵 때리는 통쾌한 그런 싸한 느낌을 주는 그런 연주였다.
꼰대라는 인상은 전혀...래리칼튼은 어눌한 허리 움직임을 통해 신나게 연주했고 순간순간 농담도 꾸준하게 던졌다. 가끔 자기 원하는데로 안될 땐 단호하게 no란 말도 했던 것 같지만. 아무튼 래리칼른-사파이어 블루스 밴드의 에너지는 활기찼던 이날공연 통틀어서 최고였다. 청중들의 환호도 극한에 치달았고 곡이 끝날 때마다 엄청난 환호성...역시 트럼펫 주자와 난 수시로 권총쏘기하고 별의별 쌩쇼를 다했음.

JVC Jazz Festival의 기분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페스티발의 의미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연주자 모두 최상의 상태로 즐기면서 공연에 임했으며 관중들의 호응도는 엄청났다. 서로간의 호흡을 맞추어가면서 최상의 공연을 만들어가는 정말로 축제 분위기의 공연. 특히 이틀째의 경우 세 밴드의 공연 중 하나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찬 레파토리. 각 밴드는 한 시간 정도 했던 것 같고, 인터미션을 포함한 공연은 7시 조금 넘어서 시작해서 11시 조금 넘어 끝났다.

일단, 수요예술무대 꼭 보세요. 상당히 많은 적어도 다섯대의 카메라를 써서 상당히 잘 잡았을껍니다. 하지만, 대충 스크린에 비치는걸 볼때와 직접 볼때를 비교해보면 사실 실제와는 아예 그림이 다르더군요. 상당히 흰 얼굴색이 카메라를 통해 찍힌 후 재생되면 누리팅팅하게 변하거든요. 비디오든 오디오든...TV라는 매체를 통해 확대생산되면 아예 컨텐츠 자체가 바뀌는 것 같아요. 뭐 TV에서 그걸 본다고 해도 1/100이나마 보여줄 수 있을가 회의적이지만...그래도 엄청나게 신나는 공연이었음을 알 수 있을 듯 하네요.

이날 공연은 세 밴드다 브라스, 특히 섹스폰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또 퓨전이라는 색깔의 공통점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퓨전이라는 색깔을 통해 보내준 공연의 열기는 록앤롤에서 느낄 수 있는 화끈함 이상이었습니다. Brass do Rock'n'roll 또는 Mo'better Rock'n'roll.

p.s.1 12일 공연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적어도 저에겐 13일 공연이 세배 정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12일 공연만 본 분들에게 분노의 염장을 지릅니다...캬캬

p.s.2 JVC하고 저하고 관련된 디캠이나 재즈 페스티발이나 유럽 선수권이나 다 맘에 드는군요. 사이사이에 튼 Euro2004의 영상은 저같은 부류의 가슴을 뒤집어 놓더군요. Ruud2004, Orange Gogo!!!

p.s.3 2003년의 JVC Jazz Festival라인업을 보니 정말 살벌하더군요. 기본의 멤버 외에 존스코필드, 조지벤슨, 키스자렛, 허비행콕, 데이브 브루벡, 칙코리아...미국엔 이 형님들이 다 나왔단 말씀...

p.s.4 림프비즈킷으로 시작한 공연 3연전도 끝났네요. 만식이형이 아니...만신이 다 쑤실라고 함.






p.s.5 낭중에 다른 분을 알게되었지만 전자섹스폰은 EWI라는 악기라는군요. 그리고 리릿나워 때 섹스포니스트는 에릭 마르티엘이란 스무스 재즈계의 상당한 거물이라고 하네요. 축구나 음악이 세상에는 개성 강하면서 엄청난 인간들이 끝없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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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rus (2003-12-14 10:07:00)

래리칼튼, 마스시 혼다 모두 체격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리릿나워는 키가 상당히 작고 머리가 큰 편이었다. 역시 키작은 대두파가 멀해도 잘한다니까.



walrus (2003-12-15 01:56:51)

좋은 거 알았다. 스포츠 센터의 그 곡이 T-Square의 Bad moon이었군. 김솬 아나운서가 할 때가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