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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Larry Carlton-Steve Lukather(2001.4.15, 고속터미널)

Jazz와 록의 어디쯤에서 만난 너무 헤비하지도 보링하지도 않은 시원스러운 거장의 한바탕 놀이 ★★★★

깔금하고 미드템포의 절제된 미학. 고속터미널 쪽 어디

밀레니엄 홀에서 래리칼튼과 스티브 루카서 공연이 있었습니다.
전혀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공연이었죠. 비교적 양호하게 15분 정도 늦어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리도 괜찮았고 적당한 규모의 괜찮은-다소 무도회장?냄새가 나는-공연장이더군요. 참고로 저는 판테라 스탠딩을 대비한 금전적인 문제로 맨 뒤자리에 않았는데 오히려 훨씬 괜찮더군요.

거리도 그렇게 멀지 않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듯 서서 보니 더 잘 보이더군요-예전에 베켄 바우어가 감독할 때 이런 예기를 했죠. 그리고 저처럼 공연장에 심각하게 감상할 생각없이 놀러가는 사람은 서서 발광하면서 듣는게 좋더군요.

공연은 역시 두 기타리스트의 개성이 제대로 들어나는 공연이었습니다. 시적이고 섬세한 래리칼튼과 팝적이면서도 특유의 강력한 비브라토를 들려주는 스티브 루카서는 말 그대로 비루투오소적인 연주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재즈적인 기타리스트와 다소 록적인 기타리스트가 만나서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공연에 이렇게 다양한 느낌을 주는 공연도 드물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적인 느낌의 곡, 블루스적인 곡, 록앤롤적인 신나는 곡...등을 모두 확실하게 소화해내더군요. 일본 공연을 많이 해서인지 동양쪽 청중의 분위기를 잘 잃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스티브 루카서는 래리 칼튼을 가르쳐 '사부'라는 말을 쓰기도하고 약간씩의 한국말, 그리고 재밌는 매너로 분위기를 리드했습니다.

예전의 존 맥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 알디 미올라의 기타 트리오 공연이 연상되더군요. 아무래도 10살 가까운 나이 차이 때문인지 루카서는 래리칼튼에게 지속적으로 존경의 뜻을 표현했습니다. 아무래도 래리칼튼이 표현 능력이나 대가로서의 기품은 더 느껴졌지만 저는 스티브 루카서의 두터우서도 시원한 비브라토, 활기찬 무대 매너가 더 끌리더군요. 아무래도 저 피 속에 흐르는 돌맹이의 힘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Red House에서 스티브 루카서의 보컬이 아무래도 블루스의 진득함을 소화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곡인 Cause we've ended as a lover에서 절정부의 끝내주는 필링있죠...그게 기대보다는 좀약했다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쉬움이 있었다면 하루에 두차례 공연이 있었기 때문에 앵콜없이 그냥 끝내더군요. 약간 놀랄만한 레파토리의 앵콜을 기대했는데.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게 간만에 신나고 대가들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