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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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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고 감동적인 오케스트라가 울려퍼지는 순간,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임을 눈치채기는 어렵지 않다. 더욱이 그런 방식이 영화 초반부터 나온다면 불안감이 엄슴해오기도 한다. 그리고 재키 로빈슨이라는 실존인물의 알려진 역사일 경우, 128분의 긴 러닝타임을 어떻게 풀어갈지. 더욱이 영화 초반, 재키 로빈슨의 재능이 브루클린 다저스의 구단주에게 선택되는 순간 영화는 결론을 내고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찰기를 잃지 않는다. 

이 영화는 결과만 알면 되지 하며 야구를 안좋아하는 이들에게 좋은 답이 될 것이다. 야구라는 종목이 지니는 철학과 미국적인 부분들을 파헤친다. 돈을 벌기위한 자본의 선택에 충실하고 각자의 기회를 부여하며 용기있게 쟁취하는 자에게 찬사를 받치고 그것을 중심으로 하나의 팀을 이루는 미국 정신. 그리고 그런 미국 정신에 의한 사회적 발전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까지. 관중의 야유에 대해 그건 당연한거라는 그들의 자세를 보면 '프로'에 충실한 미국 사회의 정신을 정말 잘 표현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용기가 있다. 화이바도 없이 맞이해야하는 빈볼에도 용기있게 맞서고 각종 더러운 야유에도 실력으로 돌파하고 전략적인 지점을 찾지만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정작 상대팀 감독의 야유 역시도 정말 인종차별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나름 전술이었다. 하지만 그런 구세대적인 방식의 결말 역시 정확히 보여준다. 어쩌면 본격 김태균 헌정 영화다. 장난이었지만 안될 말실수를 했고 개인의 선택이지만 프로선수로서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했던. 인간의 드라마일 뿐만 아니라 야구 장면에 대한 연출 역시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차있다. 영화의 자막이 올라갈 때 42번을 단 모든 MLB선수들이 뛰는 순간을 보며 그들이 지닌 자부심에 동의하게 된다. 

왜 야구영화는 훌륭한지, 왜 전후 미국을 소재로 한 영화는 고전적인 힘이 있는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켄 로치의 영화가 축구의 철학을 담고 있다면 이 영화는 야구의 철학을 훌륭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류현진이 뛰는 다저스가 지닌 위대함 역시도.

42(42, US, 2013, 128min)

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

출연: 해리슨 포드, 존 C. 맥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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