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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3. 롤링스톤즈 @리스본

JET가 끝나고 무대 세팅하는 9시쯤 넘어서는 꽤 많이 들어왔다. 9시반쯤에는 꽤 차는 분위기. 물론, 만원과는 거리가 있었고 유료관중은 3만명 정도 집계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본 공연은 10시쯤 시작되었다. 우리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 우리라면 무슨 단독공연의 메인 공연이 10시에 시작하는 것들 결코 납득할 수 없을 듯 하다. 느긋하게 즐기는 문화가 있어서 그럴까? 9시반 넘어서 어두워질 때 쯤 이제는 정말 보는구나 싶었다. 미리 깔아주는 곡이 끝날 때마다 관중들은 웅성웅성, 휘파람, 박수, 환호를 부르며 재촉했다. 9시 50분 불이 꺼지자 관중석의 불이 꺼지자 긴장은 극을 향해 달려갔다.


날개에 불이 켜지고 폭죽의 파열음이 심장을 강타하면서 나오는 기타 인트로. 빠~바밤...내가 줄기차게 웅얼던 바로 그 목소리. 그리고 이번 튜어에서 가장 많이 부른 노래. Start me up! 믹재거는 바로 코 앞으로 뛰어나오고 사지를 사정없이 흔들며 그만의 절도 있으며 빠른 스텝으로 무대를 장악해갔다. Never Stop, Never Stop, Never Never Never Stop. 수십초만에 믹재거는 내 앞을 후루룩 지나갔다. 그 유명한 믹재거의 목에 벌겋게 선 핏대. 터지는 심장과 표현안되는 벅차오름. 더더욱이 작년 도쿄돔에서의 더러운 사운드와 시야를 가리는 그물망과 달리 소리는 가슴을 후비고 이번 튜어의 상징인 날개가 내 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믹재거는 거의 모든 곡을 내앞을 지나갔다. 믹재거를 보면 관절염 약 선전하는 것 같다. 공연시간 내내 가속이 붙은 스텝 하나하나를 다이내믹하고 그루브하게 뽑아낸다. Walrus의 따라쟁이 보컬은 여러 형님들로 부터 콜라 얻어먹을 부틀렉의 가치를 1/10로 떨어뜨리기 위해 충분한 것이지만, 스톤즈를 들을 때는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 만약 부틀렉에 들리는 walrus의 목소리가 거북스럽다면 같이 따라부르면 된다. You got me rocking, Rough Justice, She's so cold에 이은 스트레이트한 록앤롤 쑈쑈쑈. 모 형님께서 튜어 때 너무 애용해서 싫어한다는 You got me rocking도 너무나 후련하게 때려줬다. 왠지 영어권에서 왔을 것 같은 언니가 내 바로 뒤에서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른다. 4곡 5곡 지난 후 정신 차린 walrus가 파악한 사실. 내가 맨앞에서 보고 있구나. 그리고 이 자리에서 공연끝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맙소사. 내게도 이.런.일.이.


Uncut과의 인터뷰에서 믹재거는 자신들이 아직도 인기있는 이유를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했다. 반면 키스는 공연을 돈 때문만으로 하는건 아니며 관중들의 냄새는 자신을 여전히 흥분시킨다고 했다.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록앤롤적인 라이프의 모든 것을 즐기면서 하기 때문 아닐까? 찰리와츠는 암으로 몇달을 못넘긴다고 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는 드럼스틱을 쥐고 있다. 아주 훌륭히.

관악기가 그루브를 리드하는 Bitch를 지나 No expectation에서는 Fado Singer, Ana Moura와 Country Blues곡 No expectation을 불렀다. 감정적 교집합을 찾는 좋은 선곡, 좋은 해석. 라이브 역시 하나의 창조적 작업이라고 볼 때 예술적 작업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감정적 교집합을 찾는 것이다. 아티스트 내에서, 아티스트끼리, 아티스트와 관중들간의. 그리고 Can't you hear me knocking은 이전에 midnight rambler가 했던 것과 비슷한 성격. 그들은 맘만먹으면 얼마든지 관중들의 눈을 휘둥그래하게할 거장적인 블루스잼을 뽑아낼 수 있다. Let it bleed만큼 좋은 블루스록 앨범 흔하지 않다. 하지만, 공연에서 이 부분은 항상 제한적이다. 70년대 초반까지 지겹도록 울리던 실험적이고 즉흥적인 블루스에 몰입했다면 그들이 지금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핑크플로이드는 자기들은 롤링스톤즈 같이 요란한 록스타의 길을 피하고 있기에 더 오래 갈 수 있을꺼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

믹재거는 그와 다른 편에서 비슷한 길을 걸었던 제임스 브라운의 곡을 부른다. 스톤즈가 부르는 I'll go crazy. 보컬 자체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같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해석이 된다. 인생을 관조하는 Tumbling dice로 분위기를 이어간 후 마이크를 Keith에게 넘긴다.


Keith는 좋은 country/Delta Blues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였다. happy를 부르지 않아도 happy했던 keith time을 지나 이제는 무대가 전진할 시간. 그들의 anthem, It's only rock'n' roll을 부르며 그는 관중석 안으로 들어간다. 이번 버전은 보다 심플하게 해석하는 쪽으로 부른다. 전에도 느꼈드이 B-stage는 두개의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작은 스테이지에서의 rock and roll에 대한 열정을 복기하는 것 그리고 멀리서 봐야하는 관중들에 대한 팬서비스. Satisfactiond의 기타 리프가 울려퍼질 때, 스테이디엄은 가마솥이 된양 뜨겁게 끌어오르기 시작. 부글거리는 거품과 튀는 물방울처럼 관객들은 싱얼롱하면서 뛰기 시작했다. 발꿈치가 갈라져서 아픈 walrus도 이런 거 무시하고 점프업. 부트렉 녹음 역시 점프와 동시에 춤을 춘다는. Walrus 부트렉을 듣는 또 하나의 비결, 같이 뛰면서 들으면 됩니다. 말만들어 밥값하는 한 평론가는 satisfaction을 록앤롤의 운명교향곡이라 했지만 아마 Stones는 난 그런거 몰라, It's only rock and roll이라고 받아치지 않을까? 이제는 본 무대로 돌아가는 시간. Honky Tonky Woman은 약올리는 재미가 제맛인 곡이다. 억울하면 walrus처럼 일찍 들어와서 앞에서 봐라는. 그래서 혓바닥까지 내밀어주자나.

공연의 후반부는 초절정 히트곡 메들리. 스톤즈의 공연은 달려주고 집중해주고 키스에게 시간을 준 후 볼꺼리 제공하고 다시 최고의 히트곡으로 달려주는 식으로 구성된다. 붉은 스크린 사이를 헤집으면서 내려오면서 부르는 Sympathy for the devil 그리고 Paint it black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간 후, Jumpin' Jack Flash에서는 달린다. 작년 도쿄돔에서는 satisfaction이 후반부에 달리는 역할을 했다.


앵콜곡은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Brown Sugar. 심플명료한 록앤롤이면서 브라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있고 그들만의 독특한 질감도 느낄 수 있으며 모두들 따라부를수 있는 후렴구도 있다. 앵콜곡은 아세이예,예,후! 하는 후렴구로 싱얼롱하며 길게 끌 심사였던 것 같은데 너무 일찍 들어가서 분위기 파악을 못해 그닥 호응이 썩 좋진 못했다는. walrus는 이 후렴구에 맞춰 한손두손 점프하는 율동까지 준비했는데 말이지.


앵콜곡이 끝나고 스톤즈가 퇴장한 후에도 관객들은 오레오레오레를 부르며 한번 더를 요청한다. 하지만 텔레토비들에게 이제 그만을 알리는 폭죽. 11시 45분 공연은 끝났다. 이번 공연은 최고의 컨디션, 최고의 사운드, 최고의 분위기를 최고의 위치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내게도 이런 일이.


  1. Start Me Up
  2. You Got Me Rocking
  3. Rough Justice
  4. She's So Cold
  5. Bitch
  6. No Expectations (with Ana Moura)
  7. Can't You Hear Me Knocking
  8. I'll Go Crazy
  9. Tumbling Dice
    --- Introductions
  10. You Got The Silver (Keith)
  11. I Wanna Hold You (Keith)
  12. It's Only Rock'n Roll (to B-stage)
  13. It's All Over Now (B-stage)
  14. Satisfaction (B-stage)
  15. Honky Tonk Women (to main stage)
  16. Sympathy For The Devil
  17. Paint It Black
  18. Jumping Jack Flash
  19. Brown Sugar (encore)

The Rolling Stones : 9:50pm - 11:45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