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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케이팝

2023 (G)I-DLE WORLD TOUR [I am FREE-TY]IN SEOUL-230617, 잠실실내체육관

톰보이-누드-퀸카로 연이어 이어지는 강력한 훅의 히트곡과 전소연이라는 기존의 케이팝 아이돌에 기대하는 역할을 훨씬 뛰어넘는(그게 꼭 좋다고는 못해도) 특이한 캐릭터의 리더가 있는 (여자)아이들의 공연이 궁금했는데, 공연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최근 히트곡은 히트를 할 수 밖에 없는 훅을 잘 장착하기도 했지만 반면, 전소연이 드라이브하는 팀의 특징 상 동어반복에 가까울 위험도 있어보였다. 그런데,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연주한 셋리스트와 해석은 어떻게 보면 좋았던 시절의 인디록을 연상시켰다.

블랙핑크처럼 밴드셋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것도 있었지만 블랙핑크가 미국스러운 사운드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아이들의 밴드셋은 인디록의 풋풋함이 있었고 인디록이 지니는 뭐든 되겠지하고 밀어붙이는 패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인디스러운 케이팝은 사실 안좋은 의미로 쓰여질 수도 있다. 각잡는게 중요한 케이팝이 허술한걸 변명할 때. 하지만, 아이들은 록스러운 에너지와 인디스러운 자유분방한 시도와 태도가 있지만 각을 잡아야할 때는 칼각을 잡는 케이팝 아이돌의 본분에 충실했다. 

5명 멤버의 케미 역시도 괜찮았는데, 우선 창작의 전권을 휘두르는 귀여운 독재자 전소연은 사실 탐욕스러운 창작욕을 제외하고도 무대에서 카리스마가 압도적이었다. 사실, 미연이 케이팝 탑클래스의 비주얼로 돋보였고 노래도 잘했지만 소연은 엔딩샷의 눈빛만으로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했다. 그런데, 소연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지만 나머지 멤버가 먹히냐면 꼭 그것도 아닌게 각각의 개성과 생기가 살아있었다. 수진이 빠지면서 한국인 멤버보다 외국인 멤버가 더 많은 멤버 구성이지만, 또 한국인 멤버가 카리스마 리더에 탑 비주얼이지만, 외국인 멤버 3명의 반짝이는 개성과 만만치 않은 음악실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죽지 않는 쎈 캐릭터들도 만만치 않았다. 5명의 솔로 무대도 상당히 재밌었는데, 이 역시 다소 인디적인 취향이 있었지만 그게 아마추어로 흐르는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인디적인 자유분방함이나 느슨함에 다소 간의 아쉬움을 굳이 찾자면, 케이팝 공연의 전형적인 특징인 소감과 인사를 말하는 공연 후반부에서 다음 곡을 얘기하는 장면에서 너무 늘어졌고 그 때 떠나는 이도 있었다는 정도? 하지만 아이돌 공연에서 팬덤과의 공감은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니니. 이런 자유분방함이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귀한 Free-TY를 내건 공연인 것처럼.

케이팝 공연에서 최애멤버나 최애그룹이 아니면 거리감을 두고 보게되지만, 아이들은 좀 달랐다. 또 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고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그런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