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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퍼펙트 게임

최동원은 개발독재 시절의 음과 양. 프로 시절 최동원이 책임졌던 이닝도 엽기적이지만 프로 출범 이전의 기록은 더욱 황당하다. 지금 야구를 보는 누군가에게 최동원의 등판 일지를 내민다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동원은 그렇게 던졌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독불 장군의 이미지 그리고 그렇게 헌신한 구단에 버려진 것. 그 시대에 능력이 없는 이들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다 죽어갔고 능력과 열정이 있는 이들도 이렇게 이용당하기만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 하나하나를 이용하기만 했던 개발독재는 저주의 대상일지라도 그 시대에 자신이 사랑했던 것에 특별했던 열정으로 자신을 불태운 이들에게 우리는 고마움을 모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선동열은? 아무나 못하는 선동열 학점처럼 독보적인 기록과 위대함에 대해서는 사실 말할 필요도 없다. 술잘먹는 선동열은 천재였다. 육체적으로도 두뇌적으로도. 마운드는 사막이고 섬이다. 한없이 외롭고 팀동료의 도움이 있더라도 중심에서 혼자 버텨야 하는.
영화는 최동원과 선동열의 실제 캐릭터를 좋은 배우의 연기를 통해 잘 잡아냈고 전설이 된 사실들과 함께 공명하는 감동이 적지 않다. 그런데, 편집이 허술하고 연출은 과잉되어 있으며 야구를 통해 80년대를 담아낸 부분은 좋기도 하고 허술한 부분도 많다. 관중석을 비추는 장면은 너무 인위적이며 경기 장면은 박진감은 날지 모르지만 서사의 맛은 잃어버렸다. 이날의 기억은 사실, 그냥 시작해서 선수들의 승부욕이 불붙었고 TV중계가 끝나고 라디오를 키면서 긴장감이 더 했다.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담아냈다면 훨씬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이날 경기는 사실 최동원에게는 'Achilles Last Stand'와 같은 순간이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연출력은 어느 경지 이상이어야겠지만. 이런 불만마저도 실제하는 야구와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감동을 영화가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지. 인간의 육체는, 인간은 완전하지 않지만 완전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주는 순간의 감동은 퍼펙트하다. 

퍼펙트 게임(Perfect Game, Korea, 2011, 127min)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양동근


아마시절 최동원의 엽기적인 기록: http://gminhee.egloos.com/193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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