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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투혼


퀵에서도 그랬지만 부산에서만 통하는 허세라고 단정짓기는 힘든 허세같은 정서가 있다. 부산 출신이 아닌 누군가라면 억지라고 여겨질 포인트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나 윤도후이요'하는 부분이나 아빠는 아들과 엄마는 딸과 중요한 시간을 같이 보내는 장면 등.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기 보다는 '내가 누구요'라고 허세를 부리거나 입을 다무는 것을 안 쪽팔리다고 생각하는 정서 등. 투혼 역시 부산 영화다. 부산 사람들은 김주혁과 김선아의 과장된 사투리를 트집잡겠지만 노력하고 잘하는 배우임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연기를 보인다. 특히 김주혁은 정말 야구 선수 같다. 유니폼을 입어도 든든하고 상체가 발달한 외향과 검게 타고 적당히 노장 투수로서의 나이가 느껴지는 얼굴 빛은 순전히 노력의 결과물처럼 보이며 특히 실제 투수 같은 투구폼은 왠만한 노력 이상으로 재능이 있어야할 수준. 박철민과 김선아를 상대로 하는 연기 앙상블도 괜찮다.
 야구 장면은 여러모로 감탄하게 된다. 김주혁의 피칭은 사운드 효과와 잘 정리된 편집에 힘입어 150킬로를 찍는 쾌감을 전달하고 다른 선수의 머리 속에서 장난치는 베테랑의 노련함은 망가져도 여전함을 수시로 노출하며 현실감을 더한다. 2군 경기에서 감질나게한 후 승부구나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베테랑의 냉철함 역시 그렇다. 이런 냉철함은 야구 드라마적으로도 상당히 훌륭하다고 본다. 승부처에서 화면 편집을 기교를 대신 이전의 뚝심으로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신파에서 호흡이 늘어지는 것은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늘어지는 감정선 간결하게 덜어내고 야구 장면에서의 드라마를 강조했으면 영화의 완성도는 훨씬 더 하지 않았을까? 대사발로 치는 신파 대신 이전에 하던대로 무뚝뚝함 속에 감정을 담아냈다면. 멜로와 신파는 처음이라고 하지만 김상진의 상업적 감각은 녹슬지 않았을터 평점 대신 사람들에게 통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생각해보면 야구는 경쾌하게 빠져주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과연 한국의 야구 선수들은 야구만큼 유쾌한 삶을 살고 있을까? 윤도훈의 아이처럼, 공부는 죽어라 못하는 야구부는 대부분이 세상에서 맨땅의 헤딩을 해야하고 선택받은 선수로 팬들의 사랑과 욕을 듬뿍 받은 이들도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윤도훈과 누가 닮았을까를 생각하면 세명 정도가 떠오른다. 최동원, 박동희, 손민한. 인생의 신파를 담은 야구 영화도 그다지 나쁘진 않아 보인다. 더 잘 담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투혼(Korea, 2011, 124min)
감독: 김상진
출연: 김주혁, 김선아, 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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