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라는 작가이자 장인의 솜씨는 장면장면 와우할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그와 더불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전체를 만들어내는데에 있다. 당구공의 역동성과 당구장의 음침하고 끈적하거나 대회장의 건조한 공기 속에서도 스펙터클할 순간을 잡아내는 재주, 감질나게 해놓고 살짝 딴곳으로 빠지면서 인생의 본질을 느끼게하는 순간 그리고 탁월한 영화의 마무리. 젊은 톰 크루즈는 몹시 귀엽고 순수하기에 물들어가는 것 마저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폴 뉴먼의 캐릭터는 놀랍다. 늙은 사자의 약한 모습과 노련함 그리고 정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숨겨져있던 승부욕까지. 마초적 남성성을 부정하는 듯 하지만 새로운 미국적인 남성성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순간. 한편, 86년이라는 시간을 느낄 수도 있다. 레이건 시대, 우리는 어차피 사기꾼이야라는 자조와 더불어 그래도 적게 해먹어야지 하는 미국식 자유주의적 사고 방식도 담겨져 있다. 아무튼, 마틴 스콜세지는 미국을 담아낸다. 장인이면서 작가인 이유.
컬러 오브 머니(The Color of Money, US, 1986, 116min)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폴 뉴먼, 톰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