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동굴에 3D는 무슨 3D일까 싶지만 동굴 속 벽화는 사실 평면이 아닌 시선을 압박하는 울퉁불퉁한 곳에 그려졌고 그 속의 질감과 공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이제까지 평면 속 사진으로 본, 인류의 시작을 증명하는 벽화는 다 가짜였다. 어두컴컴한 암흑 속에 한줄기 빛이 비치는 동굴은 영화와 인식과 인류의 시작이 함께한 은밀한 곳이었다. 모두가 말로만 하고 시도를 안할 때 할아버지 헤어조크는 저돌적으로 카메라를 드리댄다. 현장 속에서 새로운 발견의 마법, 영화에도 그 마법의 힘은 매력적이다. 반면, 영화의 회고적 톤은 상당히 감상적이다. 최근의 고다르처럼 헤어조크 역시 노년임을 숨길 수는 없다.
잊혀진 꿈의 동굴(Cave of Forgotten Dreams, 독일/캐나다/미국/영국/프랑스, 2010, 90min)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
출연: 베르너 헤어조크, 도미니크 배피어, 찰스 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