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겨울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프로야구계의 씻을 수 없는 죄과를 남긴 현대의 편법적인 구단이었던 현대피닉스 소속의 문동환을 데려오기 위해 부동의 1번타자였던 전준호를 현대피닉스도 아닌 현대유니콘스에 넘긴 일이다. 실제로 임선동, 조성민보다 알짜배기였던 문동환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팀의 가장 성실한 선수이며 가장 많은 도루와 득점을 하는 전준호를 돈쓰기 싫어서 줘버린 것은 오랜 기간 대가를 치러야할 악수였다. 그 당시 전준호를 판 이유는 외야수는 넘친다였고 실제로 그렇게 보였지만 그건 철저한 오판임이 두고두고 들어났다. 이후 1번타자와 외야의 구멍은 꼴데의 상징처럼 되었고 김대익, 이종운은 그다지 였고 구멍을 메우기 위해 사온 정수근은 두산 때의 정수근과는 달리 평범했다.
반면, 횡재를 한 현대는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2000년대 최고의 명가로 떠올랐다. 아주 돋보이지는 않았고 스피드는 세월에 따라 줄었지만 참 꾸준했다. 대학도 나온 선수가 18년을 .292의 타율과 2000개의 안타 1100개 이상의 득점 545개의 도루를 해준 성실함은 거의 타자에서의 송진우와 맞먹는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나이 40이 된 시즌에 .321의 타율을 찍어주며 어려운 구단을 조용히 이끄는 선수가 되고 있는 부분은 많은 팬들의 존경을 받기에 손색이 없다. 화려한 스타는 전성기 때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성실하고 꾸준한 선수는 은퇴를 하고도 존경받는다. 전준호가 그렇다. 2000안타를 친 날, 전준호는 고향팀이기도한 사직구장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스포츠 > 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가을야구를 못했나? 쓰다가 만 2부 (0) | 2008.11.06 |
---|---|
왜 가을야구를 못했나? 쓰다가 만 1부 (2) | 2008.10.20 |
너무 잘하는 추추트레인 (0) | 2008.09.21 |
네덜란드 vs 한국, 잠실 (0) | 2008.08.04 |
장원준 완봉하는 날. 우리 vs 롯데 - 20080710, 목동 (0) | 2008.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