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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마블 시리즈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지만, 앤트맨 시리즈만큼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굳이 씨네마가 되겠다는 아둥바둥이 없이 코믹스가 가지는 유치찬란한 설정과 유머를 베이에리어의 지역성과 더불어 유쾌하게 풀어내고 굳이 과학적이거나 대단한 통찰을 제공하지 않지만 재기발랄한 면모에 감탄할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벌레로 데이터센터의 컴퓨터를 파괴시키는 씬.
3편인 퀀텀매니아는 걱정이 앞섰다. 캉 다이내스티라는 그 다음 마블 유니버스의 브리지 역할이고 힘을 다합쳐도이기기 힘든 절대 빌런을 상대로 이긴다는 설정이 말이 안될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성이 거의 빠지고 CG범벅으로 대신해야하기 때문이었다. 평이 꽤 갈리고 평점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결과적으로 난 상당히 맘에 들었다.
양자 세계라는 새로운 세계는 CG범벅이긴한데, 그걸 정교하게 구현하려는 쓸데없는 야망보다도 유치찬란 만화의 본질에 충실한 설정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그리고 주택을 생명체로 만든다던가, 1편의 빌런을 비웃기게 빌런으로 환생시킨다든지 젤리 캐릭터에 구멍개그를 쓴다든지. 영화의 곳곳에서 스타워즈를 따오고 양자경 멀티버스에서처럼 가족의 이야기이면서 가족이 힘을 모아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절대 빌런이 약하기보다는 사회화된 개미‘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가족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로 극복해내는 이야기 구조는 괜찮았다. 또 버니샌더스가 바이든을 이겨버린 캘리포니아 리버럴의 정서답게 사회주의 잘모르지만? 그래도 안도르처럼 민중의 혁명을 표현하는 것도 오히려 솔직한 유머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셸 파이퍼가 너무 아름답다. 나이가 들어도 이쁜게 아니라, 여성의 나이듬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하고 ‘그 나이에 비해서’라는 쓸데없는 수식어를 입구멍이나 손가락에서 꺼내지를 못하게 한다. 20,30대보다 60대 중반인 지금 그자체의 아름다움. 그래서 오히려 여러모로 쎈 캐릭터였던, 미셸 파이퍼의 액션을 후반부에 못살린 것은 꽤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이 아시아인이면 어땠을까와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 2023, 124min)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에반젤린 릴리, 미셸 파이퍼, 마이클 더글라스, 캐서린 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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