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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바빌론

데미언 셔젤의 영화에는 저스틴 허비츠의 빅밴드 재즈음악과 영화적 비트가 잘어우러진 리듬감과 오덕의 기운이 느껴지는 개성이 있다. 위플래시에서 음악무협물이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했고 흥행에 크게 성공한 라라랜드에서는 뮤지컬 영화에 애정을 표했는데, 정작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인 50년대 이상의 결과를 보였는지는 의심스럽다. 퍼스트맨을 통해 다른 오덕의 기질을 보였다면 바빌론에서는 영화와 빅밴드 재즈에 대한 오덕을 다시 발산한다.
그리고 그것을 투마치로 발산한다.
저스틴 허비츠의 음악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데미언 셔젤은 음악을 볼 때 어디에서 흥분하는지 너무 잘안다. 브라스에서 소리가 나오는 검은 원형, 구멍과 드럼을 칠 때 부감샷으로 볼 때의 하얀 원형이 주는 쾌감을 너무 잘안다.
공황 이전의 포효하는 또는 광란의 20년대의 공기와 지금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무성 영화에 잠재된 광기를 얘기하고 싱잉 인 더 레인에서 다룬 그대로,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대체될 때, 누군가 밀려나감의 씁슬함을 본다.
기본적으로 싱잉 인 더 레인의 소재를 따왔지만 지극히 자극적히고 광란의 20년대가 지닌 무질서하고 지저분한 치부를 투마치하게 보여준다. 싱잉 인 더 레인을 마틴 스콜세지 식의 에너지로 보여준다 싶은데 물론, 데미언 셔젤이 스콜세지에 비빌 급은 아닌다.
무성영화의 다양한 레퍼런스와 더불어 베르히만, 빌리 와일더 심지어 린치와 고다르의 레퍼런스가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 고다르 식으로 영화의 역사를 꼴라주할 때는 마치 고다르의 영화 사랑에 대한 헌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투마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밀어붙이는 건 대단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고 로비의 에너지가 3시간 내내 뜨겁다.

바빌론(Babylon, US, 2022, 189min)
감독: 데미언 셔젤
출연: 마고 로비, 브래드 피트, 디에고 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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