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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소울

재능만큼 인정받지 못한 생계형 재즈뮤지션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뉴욕의 공기를 담아내는 것과 생의 전,중,후 영혼의 세계를 담아내는 것이라는 예술가들이 갈망하는 것을 애니메이션으로 해낸다. 픽사를 능가하는건 역시 픽사 뿐이다.
아직 잘하지는 못해도 열정과 가능성이 있는 연주, 수줍고 조심스럽지만 잘하는 연주, 또 이걸 담아낸다. 흑인 아티스트들의 개성적인 매력, 공연 중의 황홀경도 담아낸다. 흥분되는 일이 가득하지만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는 어지러운 뉴욕을 담아낸다. 재즈가 주는 마음의 불꽃, 인정받지 못한 좌절감, 자존감을 잃은 회사원, 지하철에서 영혼을 잃은 자들, 피자 한조각에 느끼는 긍정, 아이가 세상 재밌네를 발견하는 흥분 그리고 각각의 순간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생생한 표정, 그리고 우리가 삶을 마무리하거나 준비할 때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세계를 담아낸다. 그리고 각각의 영혼의 교감을 참 간결하게 담는다. 우리가 삶에서 느껴왔지만 형상화를 어떻게할까 궁금했던 세상을 담는다. 그것도 데이터, 클라우드의 시대에 맞는 2020년 버전으로. 영혼의 세계에 대한 형상화와 더불어 뉴욕이란 공간을 담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정교한 기술력을 뽐내지만 애니 캐릭터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과오는 결코 범하지 않는다. 장담컨데 이 영화를 보면 뉴요커도 아니면서 뉴욕향수병에 걸리고 팬데믹이 끝나면 멀고 비싼 뉴욕행을 고려하게될 것이다.
그리고, 음악영화에 필요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음악. 존바티스트의 재즈와 트랜트 레즈너의 전자음 그리고 약빨이 필요할 때는 개밥딜런 아니 밥딜런의 히트송이 화룡정점을 찍으며 음악은 영혼을 담는 그릇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팬데믹의 시대, 우리는 이런 희망이 필요했다. 누군가의 꿈을 꺾지않으면서 자신 안의 불꽃을 찾아가는. 항상 기대를 하지만 픽사는 기대만큼의 결과를 보여주거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소재인데 픽사는 그 어려운걸 해낸다. 이건 소재에 대한 존중에 근원한다. 픽사를 픽사로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각각의 삶과 픽사가 다룰 재료는 영화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아는 겸손함이다.

소울(Soul, US, 2020, 107min)
감독: 피트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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