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 영화 특유의 폰트와 유머가 쓰여지고 있지만 쓰디쓰고 사실적인 비극이라 우디 앨런 영화같지 않다. 우디 앨런의 드라마가 매치포인트같은 비극에서도 그건 하나의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상에 대한 보고서와 같다. 하지만 결과물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최근 흥행에도 승승장구하고 있고 늘 괜찮은 영화를 내고 있지만 이 영화는 누구말처럼 21세기 우디 앨런 영화 중 최고라할만 하다. 그 자신의 껍질을 깨고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이기 때문이다.
동시대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지 않지만 영화의 배경은 확대 지향의 미국이 스스로 만든 파국을 다루고 있다. 또한 노동계급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우디 앨런이 불평할만한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제어가 안되는 그런 모습인데 그게 또 켄로치적인 사실성과 애정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특이하고 그 노동계급에서 하나의 상징은 해피 고 럭키의 샐리 호킨스라는 것도. 케이트 블란쳇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비극의 결과물은 상징적이고 탄성이 나올만큼 사실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거의 데어윌비블러드의 마지막 장면같은 느낌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반전이 일어나는 장면에서 우디 앨런의 전통적인 방식인 급작스러운 우연을 쓰는 것이 이 영화의 서늘한 비극적 톤과 뭔가 맞지 않다는 점.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에 이르는 강력함이 만회하고도 남는다. 20세기 우디 앨런이 담아냈던 씁쓸함은 어디까지나 자조를 통한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면 여기서는 미국인이 그리고 탐욕스러운 뉴요커들이 맞이한 파국을 담고 있다. 사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전환은 아닌 것 같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만 생각하더라도 우디 앨런은 결코 자유롭지도 행복할 수 없는 미국인들을 유럽인들과의 대비를 통해 표현했다.
블루 재스민(Blue Jasmine, US, 2013, 98min)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바비 카나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