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같이 단순한 사람들은 존포드 하면 인디언 쏴죽이는 양키놈들 영화만드는 장인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분노의 포도는 강렬한 사회주의 영화다. 고전이 된 원작소설이 지니는 사상적 지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존포드의 영화는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강렬함을 지닌다. 고통 받는 민중의 삶을 가슴으로 담아내는 영화적 표현은 단순한 프로파간다를 넘어서는 묵직한 뭔가를 선사한다. 서부로 쫓겨가는 소작농의 시대적 특수성도 닮고 있지만 민중의 삶이 가지는 보편성을 닮고 있다. 영화가 그리는 그들의 주거환경의 질감은 한국에서 저소득층이 사는 주거공간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며 계약서 대신 헐값으로 팔려가는 이들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과 다름이 없으며 그리고 정체를 들어내지 않고 노동계급의 갈등을 이용하며 착취하는 자본가들의 속성은 지금도 정확히 동일하다. 영화는 결코 답을 제시하는 조급함을 드러내지는 않고 극적인 반전을 제시하지도 않지만 길을 떠나는 이의 결심에 공감하게 된다. 거장의 조건은 그의 사상이 어느 쪽에 있느냐에 보다 인간을 존중하는 시선과 태도에 있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 US, 1940, 128min)
감독: 존 포드
출연: 헨리 폰다, 제인 포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