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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한국

별일없이 산다

다들 좋다고 할 때, 균형을 맞추는게 평론가의 일이라면 진모 아저씨가 변칙과 이벤트성을 지적한 부분에는 동의 그런데, 난 장기하의 이번 앨범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인디 앨범 중에 몇안되는 귀에 감기는 앨범이다. 특히 마지막 곡 '별일 없이 산다'는 산울림의 전통이 끊기지 않았을 때 나왔을 수 있는 결과물. 강력한듯하면서도 허술하고 그러면서도 재밌으면서 감기는 기타 사운드는 개러지적인 양식미를 보이며 말하기 창법이 음악적으로 나와지는 결과물. 변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음악적이다. 가사는 단순하고 아무 생각없지만 교묘한 함의를 가진 듯 하면서도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산울림의 가사가 그랬고 존 레논의 가사가 그랬다.

장기하의 노랫말은 신림봉천지구에 거주하는 서울대 출신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다. 나름 존심있는데 잘난척하면 안된다해서 자조적으로 가다가 알아먹기 힘든 유머를 던지다가 시니컬한. 뭐 1등이니 뭐니 이런걸 지향하다가 그게 별게 아니란 걸 느끼고 자신이 쥐뿔도 없음을 느끼다가 그렇게 사는게 듀오의 일등신랑감과 비교해서 뭐 별반 차이없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 지점. 진모 아저씨가 지적한 부분에도 동의하면서 기본적으로 장기하가 최근 나온 한국 것 중에 나름 상당히 괜찮은 결과물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자신의 것이 담아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좋은 음악에 있어서 쉽게 간과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굳이 착한 척 귀여운 척 예쁜 척 터프한 척 강한 척 우울한 척 뭐 이런 것 없이 적당히 찌질한 대중들에게 좋은 대중음악은 대중을 구성하는, 지역적 계급적 그리고 각 연령대의 정체성이 들어나는 각자의 정체성에 충실한 음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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