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멀티 터치 패널, 보이스, 안구 인식, 제스처, 홀로그램 사이니지 등 2012년 사람과 컴퓨팅이 만나는 접점에 대한 방식에 대해 기막히게 예언하고 있다.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난 필립 K.딕과 스필버그의 아이디어가 어디까지인가를 확인해볼 필요는 있겠지만 놀랍고 놀랍다. 그리고 이런 기술들은 과시를 벗어나 인간과 인간이 창조한 실수인 도구 또는 신과 신이 창조한 실수인 인간 간의 신화적 화두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마법,마술이었고 아이작 뉴턴이 그랬던 것처럼 마법,마술이 곧 과학이었다. 어쩌면 현재의 기술이 과학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할 때 그리고 현재의 기술이 과학적 상상력으로 돈을 못벌 때, 현재의 연금술사들은 인간의 감정을 끌어들여 영화를 만들었다. 스필버그가 그렇다. 큐브릭 작가=스필버그 장인이라는 간단한 도식에 빠져 있었지만 알고보면 큐브릭에 가장 가까운 이는 스필버그였다. 광신을 끌어내는 이성이라는 것 마저도 인간의 실수에 의해 나왔다는 것, 정말 큐브릭적인 주제이다. 인간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의 원칙처럼 움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원칙에서 벗어난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체성 또는 돌연변이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A.I. 직후 나온 이 작품은 그런 측면에서 A.I.에 이어 상당히 큐브릭적이다. 시계태엽오렌지의 노골적인 패러디 장면 이상으로 영화 전체적으로 그렇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 흥미진진하고 버스터 키튼같은 모험 장면을 뽑아내는 스필버그의 장기는 여전하지만. 스필버그의 전작이 재평가될 필요있지만 그럼에도 이 시기의 스필버그 영화가 제일 흥미롭다.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US, 2002, 145min)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