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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Kings of Convenience-연세대백주년기념관, 2008/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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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으로 번역하자면 방만함의 제왕이라 해도 될 노르웨이 출신인 Kings of Convenience의 공연이 있었다. Kings of Convenience는 Royksopp과 같은 북유럽 뮤지션들과 거의 구분하기 힘든 외모의 다소 키가 작은 검은머리 훈남과 우디앨런이 뉴욕의 소음과 공해 대신 북유럽의 전원속에서 길러졌다면 생겼을 냉소를 거세한 푸근한 유머를 가진 멀때의 조합이었다. 거친 피부를 뽀샵처리했을꺼라는 Walrus군의 예상과 달리 생각 이상으로 자~알 생긴 그들이었다. 그들의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쿠스틱 세팅으로, 더욱이 드럼이나 퍼커션이 없는 세팅으로 진행되었다. 시간을 구획하고 제어하는 드럼과 같은 악기가 없기에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두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공연에서 둘간의 보다 자유로운 거리 그리고 거기에 있는 공기가 보다 진하게 느껴졌다. 마치 두 섬 사이를 이어주는 바람처럼-노르웨이는 섬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그들의 연주와 노래가 들려주는 호흡은 거리를 두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며 어우러져 갔다. 이 둘간의 공기는 어쿠스틱 베이스와 바이올린이 더해져 풍성해졌지만 여전히 어쿠스틱의 섬세한 매력은 지속되었다. 그들의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똑같은 편성에도 전원이 함께하는 북유럽의 복지국가가 가지는 안정적인 서정성이 느껴졌다.


그들의 어쿠스틱 사운드에 맞추어 박수칠 것을 자제하던 그들은, 그리고 푸근한 느낌 속에서도 관객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 그들은 러닝타임 한시간이 지나며 올스탠드업을 요청했다. 연주자와 관객이라는 다른 섬을 음악적 공감으로 서서히 이어주는 그들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 섬이 이어지는 순간의 마법은 사랑 외에 음악으로도 가능하다. 좋은 음악은 밴드 멤버간의 섬이 이어지는 순간에 나오며 그 순간 관객이라는 섬과도 이어진다. 40년전 사이먼앤가펑글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