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의 시초,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 마저도 부러워할만한 블럭버스터 감독이 된 봉준호의 8년전 작품은 오히려 유럽영화, 특히 누벨바그에 많은 영감을 받은 시네필의 독립영화처럼 느껴진다. '간지'보다는 날선 느낌의 투박함이 느껴지는 화면빨과 쌩으로 펼쳐지는 연기는 전혀 다른 매력을 준다. 주연배우의 열연만큼이나 전혀 상업영화적이지 않은 정상적인 외모의 조연 역시 인상적이다. 블럭버스터 봉준호와 다소 간의 단절감이 느껴질지라도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이 후 블럭버스터 봉준호의 토대가 된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시민적 캐릭터에 대한 냉소적이지만 따뜻한 애정은 대중적인 영화가 유의미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봉준호의 이중성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괴물에서 또다시 만날 배두나, 변희봉과 봉준호의 2000년의 만남도 흥미롭다. 물론, 이 영화 속에서는 블럭버스터의 표피를 입기 전인 젊은 봉준호의 풋풋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밀레니엄, 한국영화는 젊은 오빠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다.
플란다스의 개(A Higher Animal, 한국, 2000, 108min)
감독: 봉준호
출연: 이성재, 배두나, 변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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