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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로코와 그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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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아직 해체되지 않은 시점 그리고 산업화를 하는 과정에서 세계 어느곳에서나 있었을 보편적인 다섯가지 캐릭터가 다섯형제를 통해 이야기된다. 어떤 이는 가족을 외면하고, 어떤이는 인생의 바닥으로 가며, 어떤이는 더 많은 짐을 지려하고 어떤이는 썩은 뿌리를 자르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는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며 어떤 이는 이들을 바라보며 배운다. 산업화와 도시빈민의 시대의 일반적인 이야기인 반면, 이탈리아의 얘기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적인, 상스럽고 천박한 수다스러움으로 인생의 무게를 덜어가는 이들의 어머니를 보라. 이 작품의 감동은 이탈리아적 특수성이 바로 우리의 특수성과도 별반 차이가 없기에 배가된다. 영화는 다섯명의 캐릭터에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나 하필이면 '로코'와 그 형제들인 것은 일단 지난 세기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었던 알랑드롱을 부각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로코 속에 바로 루치노 비스콘티의 자아가 투영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행운아였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 대한 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지울 수 없었던 살아남은 자의 슬픔. 로코의 입을 빌어 나오는 '새 집을 지을 때는 그림자에 돌을 던지지, 무엇이든 희생양이 있어야되거든'. 죄책감인 반면 자신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루치노 비스콘티는 이 작품에서 남이 아닌 자신의 시선에서 영화를 풀어가고 자신의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려 한다.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 예술가들의 신성한 의무이며 특권. 한명한명의 캐릭터에 공감대를 부여하고 강한 네러티브로 끌어가는데에 170분은 절대 과한 시간이 아니다. 물론, 지금에서 보면 170분의 러닝 타임이 완벽주의적으로 다듬어졌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런 부족한 여백의 미가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 영화의 가치를 더 빛나게 한다. 정말 감동적이다. 

 

로코와 그 형제들(Rocco E I Suoi Fratelli, Italy/France, 1960, 170min)

감독: 루치노 비스콘티

출연: 알랑드롱, 레나토 살바토리, 애니 지라르도, 알레산드라 파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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