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한 삶과 구원의 진실에 대한 놀랍도록 집요하고 은밀한 탐구.
감사합니다.
밀양을 지지하는 몇가지 이유
영화는 사람이 만든다
눈부시다는 말로 부족한 명배우의 연기. 덩치만 크고 실로 부실한 경상도 총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송강호를 그 누가 대신할 것이며 극한의 상황을 오가면서 때로는 몰입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고 보게하는 전도연의 연기 그 이상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꾸준하게 캐릭터를 이어가는 송강호와 달리 전도연은 대략 30분 간격으로 급변하는 생의 태도에 대해 개연성을 부여하는 듯하면서 또 거리를 두어 냉철하게 판단할 공간을 주기도 한다. 또, 경상도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 사람들의 모습. 진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배우들의 만들어진 연기보다 우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조심스럽게 얘기하기
이창동이라는 작가는 계속 중얼거리고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구원이고 무엇이 삶이고 무엇이 진실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후련하게 뒤통수를 처주며 이게 진짜야라고 외쳐주면 좋겠지만 사람들의 인생 속의 진실이 그렇게 명쾌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또 하나의 동굴의 우상일 뿐. 이창동이 그런 것을 잘 알 정도로 똑똑했다면 장관을 그딴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터. 많은 작가들이 그랬듯이 이 영화는 작가에 하나의 탐구하는 과정이다. 끝까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극장 문을 나설 때 고민에 대한 방향을 살짝 보여주기는 한다.
이야기의 방식도 여러가지
조심스러운 주제를 작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풀어가며 속내를 은밀히 전달한다. '상황'과 '캐릭터' 그리고 갑작스럽게 변하는 네러티브의 반전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사람들을 향하는 시선과 소리 그리고 그것들의 연결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고민하게 한다.
영화 안에 '나' 있다
인테리어를 고치라는 전도연의 말에 생뚱맞아하는 옷집 아줌마의 모습은 '니 나하고 친하나?'하면서 낯선 이의 친절함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끝에는 '정신병원'이라는 자신의 말실수를 웃으며 미안해하며 정을 붙이는 경상도 사람들 특유의 심리는 어릴적 십몇년을 보냈며 무수히 바왔던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쿨'하게 보이려 하지만 자신도 못난 것을 실은 알고 있고 되지도 않을 상대에 집착하는 송강호의 모습, 끝임없는 집착과 좌절 그러면서 생의 의지를 살려가는 전도연의 모습은 사실 나의 이야기이며 남의 이야기로 느껴진다면 충분히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이상하게 변형된 종교적 의식 그리고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려는 모습 그리고 거기에 차가운 시선을 두다가도 내 자신과 다름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지금 나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밀양(Secret Sunshine, Korea, 2007, 141min)
감독: 이창동
출연: 전도연, 송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