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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한국

라이어-10년 후에

라이어-10년 후에
요즘 복고가 유행이다. 사실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복고와 추억이라는 것은 7080 콘서트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자주 쓰이는 테마이다. 너무나 가볍고 감각적인 음악이 난무하는 시대이기에 통하는 방식이겠지만, 기존의 복고는 과거를 돌아봄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지 못하기에 단순히 30,40대의 향수만 자극하는 선에서 발전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실제로 7080밴드 중 새로운 창작활동을 시작한 밴드는 많지 않다. 지금 소개하는 라이어 역시 상당히 복고적 취향의 밴드이다.

라이어의 다섯명 멤버 모두 경력이 만만치 않다.밴드의 전신인 소나무 밴드는 10년전부터 활동해온 2인조 포크 듀오이며 나머지 멤버도 신촌블루스, 전인권, 푸른 하늘 등 한국 음악에 큰 족적을 남긴 밴드를 거쳐왔다. 오래된 경력만큼 멤버 모두 386세대의 연령대이다.

앨범은 예상대로 따뜻한 주제를 담백하게 표현했으며 이점은 82년 이후 언더그라운드에서 숱한 음유시인을 배출한 동아기획 소속이라는 것도 연관이 있을 듯 하다. 전체적으로 지극히 단순하고 착한 노랫말을 썼다. 사운드 역시 간결함을 미덕으로 삼은 듯 하다. 라이어는 비틀즈와 이글스의 영향을 얘기한다. 비틀즈의 경우, 모든 멤버가 보컬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이글스의 경우, 각자가 만만치 않은 테크니션이면서도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일렉트릭기타와 전자음을 쓰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단순하고 편안한 컨추리/포크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앨범 전체가 평범함을 미덕으로 하고 있지만 '하나가 되어'에서는 김도균이나 김수철이 썼던 기타로 가야금의 소리를 흉내낸 부분처럼 테크니션으로서의 면모도 보인다.

첫곡에서처럼 프로그램을 쓴 드러밍과 미디는 사실, 나에겐 좀 거슬린다. CSN&Y처럼 보컬의 하모니를 더 살리고 보다 어쿠스틱하고 포크적인 접근을 통해 담백함을 극대화하는 쪽이 낳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글스가 미국을 대표하는 밴드인 것은 단순한 듯 해도 컨추리와 블루스라는 미국식 록의 토대를 바탕으로 구수한 느낌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어와 가장 유사한 뮤지션을 꼽자면 오히려 80년대부터 착한 포크록을 해왔던 동물원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면에서 심플하고 착한 사운드지만 그 이상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컨추리와 블루스가 대중에게 설득력을 지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 단순담백 사운드로 승부를 보려면 다른 부분에서 대중에게 호소할 매력을 지녀야 살아남을 듯하다. 라이어의 다음 앨범에서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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