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 형이 말씀하셨듯이 '잘알지도 못하면서' 작품의 소재로 삼고 그걸로 무언가를 얘기하려면 그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결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다. 반면, 자신이 아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뼈 속 깊이 체험한 것을 소재로 할 때는 많은 경우 기본은 한다. 그래서인지 자전적인 소재를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는 숱한 예를 바왔다. 해운대는 바로 그렇다. 감독이 그 지역 출신이 아니면 비슷하게도 만들 수 없다. 실제로 재앙 장면의 기술력은 인정할지라도 연출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역시 작위적인 감동-그러함에도 영화의 대부분이 사람의 모습을, 윤제균이 성장하는 동안 자신의 일부가 된 그 것의 속을 까발리기에 영화의 후반부 마저도 설득력을 가진다. 윤제균이 외 부산/서울 청년의 대비를 만들었는지, 롯데팬이 하는 '마'가 무슨 뜻인지, 그리고 왜 부산에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절대적인지를 부산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 속 빙시같고 이기적인 이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진다면 영화는 타지역 사람들에게도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로버트 알트만이 내쉬빌에서 했던 미덕도 여기에 있었다. 윤제균이 로버트 알트만과는 비교될 수 없겠지만 대다수의 부산 사람에게는 보다 고마운 사람은 될 수 있다.
해운대(Haeundae, Korea, 2009, 120min)
감독: 윤제균
출연: 설경구, 하지원, 이민기, 김인권, 송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