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창동은 리얼리즘 아트하우스 무비의 작가로 여겨지지만 초록물고기에서 보여준 장르적 솜씨는 사실 대단하다. 마틴 스콜세지와 홍콩 느와르의 비장함에 한국적인 감정선을 담아내고 있다. 재미난 영화다. 각 장면에서 이창동의 연출력은 최적의 감정을 끌어내며 개발로 변모한 97년 서울근교의 공간을 정교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에게 막동이를 각인시킨 한석규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그 연기 커리어에서 마일스톤이 될만한 순간을 만들었고 같은 해 넘버3와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그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했다. 송강호, 명계남, 심혜진도 고르게 인상적이지만 이중 최고는 문성근. 한석규가 개발의 과정에서 지워졌던 순수함이라면 문성근은 살아남기 위해 변한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이창동의 순진하고 막연한 동경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초록물고기(Green Fish, Korea, 1997, 114min)
감독: 이창동
출연: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