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처음 목적은 사실을 기록하는데 있고 두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구'가 보여주는 한 장면 한 장면은 극 영화가 보여주는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도 황홀하다. 물론, 지구는 아이젠슈타인 이후의 영화적 가치도 포함하고 있지만. 나레이션 감독을 맡은 이명세는 늘 영화적인 것이 이야기에 의해 주입되는 프로파간다 이상이라고 얘기를 하지만 이번엔 장동건의 감정적인 목소리를 통해 영화적인 것보다 계몽적인 접근방식을 택한다. 그만큼 환경의 가치는 영화적인 미덕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다급한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p.s. 역시 Walrus는 강하고 아름다운 동물. 수세에서는 침착하게 지키다가 기습을 하는 용기를 가지고 유리한 곳에서는 그 유리함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까지. 또, 난 굶주린 늑대가 맘에 들었다. 완벽한 전략전술과 포기를 모르는 끈기 그리고 고양이과와 달리 굶주려도 큰머리에서 굴리는 영리함까지.
p.s.2 BBC의 공공성에 대한 가치는 인류의 보물.
지구(Earth, UK/Germany, 2007, 90min)
감독: 알래스테어 포더길, 마크 린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