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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인피니티 풀

이정후처럼 대선수인 아빠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들게하는건 역사적으로 지극히 드물다. 아들 브랜든 크로넨버그가 거장 데이빗 크로넨버그를 넘어서는건 사실상 불가능이고 아빠와의 비교는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브랜든은 매번 아빠의 영향을 부인해왔지만, 굳이 혈육의 관계를 모르고 보더라도 데이빗 크로넨버그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지금 시대 사람이기 때문에 더 구체화할 수 있는 소재적인 장점과 더불어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이미지의 임팩은 이전 두 작품에도 상당했지만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보였던 그로테스크함 속에서도 폭발적인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수준에는 한참 모자랐다.
휴양지에서 저지른 1세계인의 범죄가 직접 처벌되는 대신, 관광수익을 위해 복제인간에게 피해자(의 가족이) 직접 처벌하는 아이디어는 윤리적인 척하는 1세계인의 얄팍한 윤리성이 팬데믹의 과정을 지나면서 까발려지고 있는 지금의 정서에 기반한다. 꽤 참신하고 전작에 비해 전개의 몰입도도 높고 미아 고스는 무섭다. 극의 결말에 뭔가 임팩을 더 줄 수 있었다면 장르적 완결도는 더 높아졌겠지만.

인피니티 풀(Infinity Pool, Canada/Croatia/Hungary, 2023, 118min)
감독: 브랜든 크로넨버그
출연: 미아 고스, 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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