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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비디오드롬



지금 다시 본 크로넨버그의 83년작은 두말할 필요없는 걸작이다. 80년대라는 배경, CRT TV 또는 볼록이 TV에 VHS 테이프 플레이어를 연결해서 무분별하게 새로운 미디어를 소비하던 83년 동시대의 감각을 그대로 담아냈지만 40년 후인 2023년에 봐도 굉장히 동시대적인 작품이란게 정말 놀랍고 그 자체로 괴물같은 작품이다.
비디오드롬의 상징적인 이미지라할만한 장면인, 볼록이 TV가 튀어나오고 사람은 시청거리 관계없이 브라운관 앞으로, 안으로 빠져들어가고 로우파이하면서도 살갗과 기계의 날 것의 느낌은 크로넨버그의 최근작은 물론 최근 황금종려상 작품인 티탄을 능가한다. 이와 동시에 점차 개별화되고 인터액티브한 경험인 스마트폰의 경험에 가까워지고, 상대방에 따라 반응하는 생성형 AI와 AR의 경험과 VR의 경험을 합쳐진 MR의 경험안 애플 비전 프로를 넘어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까지 어쩌면 사용자 경험의 역사와 싱크되는 내러티브라할만. 특히 투박한 애플 비전프로 같은 글라스를 쓸 때, 80년대 게임기 수준의 저해상도에서 리마스터링 빨이 느껴지는 고해상도로 그리고 철저하게 싱크되는 순간은 단순 기술을 넘은 거장의 터치였다.
그리고, 당연히, 기술적 인사이트에 대한 전시를 한참 넘어선다. 생성형AI의 시대, 기계는 우리의 수단 만이 아니라 기계가 우리의 의식을 조작해서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음을 우리능 알고 있다. 또, 현실과 가상의 벽은 무너지고, 아바타에서처럼 가상이 현실을 지배하며 과잉된 미디어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갈구하는 지금의 모습과 다르지않다. 지금 각각의 자아는 스마트폰 속에 있지않는가.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충돌에서 나온 괴물같은 아이가 영화란 측면에서 영화에 대한 영화, 특히 고전적인 영사기와 극장이 아닌 지금 우리가 개인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하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그 자체로 괴물인 작품.

비디오드롬(Videodrome, US/Canada, 1983, 88min)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제임스 우즈, 손자 스미츠, 데비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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