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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비거 스플래쉬


순전히 틸다 스윈튼 때문에 본 영화고 감독의 전작 '아이엠러브'가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기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를 봤다. 이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알랭드롱의 1차, 프랑소아 오종과 샬롯 램플링의 2차 원작에 기반한, 이탈리아 외딴 섬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4명의 존재감 높은 배우들의 심리극이자 이민자에 대해 애매한 메타포를 담아냈다'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각 캐릭터에 대한 설정과 중간중간에 나오는 음악, 특히 많은 장면 속에 담긴 '롤링스톤즈'에 대한 노골적인 얘기에 귀기울인다면 이 영화는 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쇼크를 주는 순간의 장면 구성이 사실 롤링스톤즈, 브라이언 존스의 실화에 아주 구체적으로 기반한 것이며(심지어 랄프 파인즈의 입을 빌어 그 장면을 미리 설명하기도 한다) 록스타와 대규모 공연 외에도 프로듀서와 사진/다큐 작가의 설정은 '록스타의 일탈에 편입되었던 지미 밀러'나 '록스타의 일탈과 거리를 두고 각을 세웠던 로버트 프랭크'를 연상시킨다(이 역시 다큐멘타리와 관계된 설정으로 확신하게된다). 록스타의 이름이 마리안느인 것 역시도 마리안느 페이스풀에서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삼각 관계의 설정은 사실 브라이언 존스-키스 리차드-아니타 팔렌버그에 가까워 보인다.

롤링 스톤즈의 실화와 오버랩되는 각각에서 작가가 담고자 했던 것은 이성과 욕망이 정면으로 충돌했던, 그리고 욕망을 찾기에 풍족했지만 그 풍족함을 빼앗길까 주변인을 경계했던 극단의 시대 20세기를 굳이 복기하면서 이제는 로큰롤이라는 상징물로 치환될 수 있는 20세기의 화석으로 지금 시점에서 충족하지도 밀어내지도 못하는 유럽 백인들의 딜레마와 애매모호한 관계를 담아내고자 한 것처럼 보인다. 물에 뛰어들었다고 생각되는 20세기를 물 밖에서 바라보는 21세기에.


비거 스플래쉬(A Bigger Splash, Italy/France, 2015, 124min)

연출: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틸다 스윈튼, 랄프 파인즈,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다코타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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