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팝스타 중 거장으로 부를만한 마지막 아티스트일 것 같은 비욘세의 최신 실황 다큐. 공연 자체가 이 시대 최고로 진보적인 무대와 사운드를 선보인다. 전시대의 핑크플로이드를 대체하고도 남았다. 레모네이드와 르네상스로 가면서 작가와 거장이 되기로 작심했기에 크레이지 인 러브나 싱글 레이드같은 흡입력 강하고 차트 1위가 당연한 싱글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싱글레이디는 나오지도 않았다) 비트와 안무의 스케일, 그리고 입체적으로 구축한 무대와 디스플레이의 구성은 공연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공연 장면 뿐만 아니라 종합 예술인 비욘세의 르네상스 튜어의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대 디자인, 안무, 사운드, 의상, 조명, 가족과 영향을 미친 다이애나 로스같은 선배, 메간 더 스켈레온, 켄드릭 라마같은 동료 및 후배 아티스트 그리고 팬과 관객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 인종, 계급, 성에 관한 다양성과 정치성에 상당히 깊이 들어간다.
또, 마돈나의 보그를 따온 무대에서 보깅의 유례를 파는 장면은 보깅을 멋지게 훔친 마돈나에서 다시 훔쳐와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근본을 탐구하는 상당히 멋진 장면이었다. 흑인의 하체를 훔친 엘비스의 하체 움직임을 다시 가져와 근본을 세운 비욘세의 하체처럼.
무대 전체에 대한 비욘세의 지배력으로 아마조네스 왕국을 세운 것처럼,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비욘세가 지배한다. 다큐에서 다이렉트 시네마의 국룰을 철저히 무시하는데 그걸 오히려 공연이 아닌 영화의 장점으로 만든다. 튜어 각각의 무대를 한 곡 안에서도 수시로 바꾸며 편집 활용하고 관객석의 환호를 또 음악적 그루브와 시너지를 낸다. 의상을 한곡내에서 바꾸며 의상 디자이너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한편 또 다른 리듬감을 준다. 이는 실황공연이 아닌 영화로서의 장점을 살린 것이다. 이 작품이 앨범이나 튜어, 르네상스의 부속품이 아님을 제목,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에 의해 선언한가.
과거의 유산이 온전히 자신만의 가치로 신세계를 개척하는 최후의 팝스타가 비욘세이며 이후로 비욘세의 예술성과 견줄 대형 팝스타는 존재하지 않음을 169분의 시간을 통해 확인하였다.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RENAISSANCE: A FILM BY BEYONCÉ, US, 2023, 169min)
감독: Beyoncé, Ed Bur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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