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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루드비히

레오파드를 기대하고 갔는데 아기자기하고 화려하긴 했지만 대하역사극이 가지는 거대함이나 서사에 몰입하게 되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인상적인 부분은 쇄락해가는 루드비히의 얼굴이었다. 쇄락해가는 자의 슬픔. 실제로 바그너와 깊은 관계를 지녔던 루드비히의 인생은 그만큼 슬펐다. 레오파드가 이탈리아 통일기의 쇄락하지만 당당했던 귀족의 모습을 통해 비스콘티의 자의식을 투영했다면 루드비히는 실제로 거의 비슷한 시기였던 독일 통일기에서 예술을 미친듯이 사랑했지만 왕이란 지위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잃어버리고 쇄락해가는 루드비히를 통해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는 작가의 자의식이 투영되었다. 비스콘티가 죽은 후 귀족출신의 공산주의자라는 정체성은 잊혀질 수 있지만 비스콘티가 남긴 영화 예술은 잊혀질 수가 없다. 루드비히를 통해 태어난 바그너의 작품처럼.

루드비히(Ludwig, Italy/Germany, 1972, 235min)
감독: 루키노 비스콘티
출연: 헬무트 베르거, 트레버 하워드, 실바나 망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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