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최신작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은 혁명을 찬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7월 혁명에 대한 부르주아적 관점을 보였다고 봐야할 것 같다. 물론, 당시 부르주아는 3계급이었지만 경제적 성장으로 떠오르는 계급이었다. 장발장은 자신에 붙은 꼬리표를 때고 8년만에 사업체의 사장이며 거기에 따르는 정치력을 가진 인물로 성장했고-내가 잘라서 성공했기에 그에 따르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 당시 떠오르는 부르주아의 전형이다- 마리어스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온 후 마리어스의 안락한 삶을 밝은 미래를 기대하지만 정작 2월혁명과 반동의 역사로 민중의 피는 계속된다. 자베르 역시 구체제에 대한 신념으로 수호하지만 회의의 과정에 있는 것 역시 당시 구체제의 파수꾼 캐릭터에 부합하며 몇몇 장면에서 보듯히 하층민들은 생존을 위해 이기적이고 그럼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층계급(레미제라블)에 동정을 가지지만 개인적인 것을 우선시하는 것에서 낭만주의적 자유주의자로서 빅토르 위고의 가치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이런 딴지 역시 지금 시선에서 보기에 가능한 것이다. 정작 이 영화에 정신승리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씁쓸하지만.

킹즈 스피치의 톰 후퍼는 뮤지컬을 집요하게 클로즈업으로 잡아낸다. 한편, 먼 거리에서 배우의 얼굴을 보고 싶은 관객의 욕망을 담아낸 것이겠지만 또한 개개인의 가치에 존중하는 작품의 해석의 측면으로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다소 거칠다 싶었지만 각각의 클로즈업 역시 와이드화면의 공간을 치밀하게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벅찬 순간은 개개인의 클로즈업이 교차하다가 하나의 큰 그림, 하나의 민중으로 모아질 때이다. 그리고 특이한 접근 속에서도 레미제라블이라는 대작의 중요한 것들을 비교적 빠짐과 모자람없이 잘 담아냈고 특히 각 배우들의 맥시멈을 뽑아낸다. 철저하게 기획되고 계산된 연출 방식이며 꽤 성공적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식의 연출로 160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2012년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런 와중에 여전히 워킹타이틀 특유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워킹타이틀은, 영국놈들은, 우직한 것 같지만 오히려 대단한 적응력을 지닌 영리한 놈들이다. 


레미제라블(Le Miserables, UK, 2012, 158min)

감독: 톰 후퍼

출연: 휴 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헬레나 본햄카터, 사챠 바론 코헨, 에디 레드메인, 사만다 바크스

'영화 > 최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교  (0) 2013.01.01
호빗: 뜻밖의 여정  (0) 2012.12.30
존 카터  (0) 2012.12.29
드레드  (0) 2012.12.28
남영동 1985  (0) 201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