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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

walrus 2010. 5. 2. 22:37

적어도 참전한 미국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사실적이다. 이라크라는,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옥으로 들어간 이들의 시선을 숨막히도록 포착했다. 그런데, 무지와 분노, 야만의 공간은 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폭탄처럼 해체시켜야할 공간인데 이 속에 이라크인에 대한 존중은 카메라 속에 전혀 없다. 이 영화에서 사실성은 '나쁜' 사실성이며 영화적 재미는 '비윤리적인' 재미다. 영화를 읽는데에는 다양한 시선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지만 하지만 그 전제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 있다. 카메라웍으로 사실성을 넘어선 오락성을 주었던 그린존이 윤리적이고 정당한 화두를 던졌던 것과 비교했을 때 다큐멘타리적인 사실성과 진지함에 보다 치중한 이 영화는 비윤리적인 시선으로 일관되어 있다. 아카데미를 가져간 캐서린 비글로우는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라고 얘길 했지만 정작 해야 마땅한 말은 폴 그린그래스가 한 것처럼 '닥치고 무조건 돌아와' 아닌가? 미국은 아직 멀었다.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US, 2008, 130min)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제레미 레너, 안소니 마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