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최신작

잘알지도 못하면서

walrus 2009. 5. 17. 22:46

밤과 낮은 정말 재밌는 영화지만, 홍상수의 최신작 '잘알지도 못하면서'는 영화가 주는 직접적인 재미만큼이나 감독 홍상수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더 흥미롭다. 영화의 단독 주연인, 유명감독 역할의 구경남(김태우)는 홍상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 98% 정도는 틀림없다고 본다. 엄지원, 고현정, 공형진, 정유미, 유준상, 하정우 등 상당한 네임밸류의 배우들이 부분을 맡아 치고 빠지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홍상수는 각 배우들의 실제 모습이나 기존의 캐릭터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계속 진행되던 이야기들이 고현정이 나오는 막판에 이르러 통합되고 확장된다. 그리고 하정우가 나올 때는 빵 터진다. 미리 꽉 짜여진 얘기보다 즉흥과 자유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하나의 도구를 통해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그리고 고추들의 본성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와 고찰을 보여주고 기본적으로 부족하고 머저리 같고 얍실한 사람들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홍상수는 사람들의 부족한, 그런 면면들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을 두고 바라본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Korea, 2008, 126min)
감독: 홍상수
출연: 김태우, 엄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