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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

walrus 2013. 11. 16. 02:30



사실 난 그다지 메탈리카의 팬이 아니다. 록=메탈이라는 후진 이 동네 취향이 마음에 안들 뿐만 아니라 70먹은 롤링스톤즈보다 게을러서 창작 활동은 안하고 공연으로 돈만 버는 것은 왠지 까고 싶어진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두번의 내한공연의 수준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벨기에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메탈리카는 확연히 달랐고 특히 작년 메탈리카는 가슴의 체증을 뚫어버리는 거대한 소리의 성이었다.

음악영화면 빠짐없이 보는 편이고 사운드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보게되었지만 데인드한의 중이병적 사진을 걸어놓은 포스터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고 쓸데없이 이야기를 붙여 공연의 다이내믹스를 깨버릴 것이라는 경험에 의한 선입견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영화에 기대했던 것은 기대 이상이었고 우려했던바는 철저한 기우였다. 이제까지 공연실황을 담은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사운드의 질감과 박력을 들려준다. 또한 각 멤버의 연주장면의 다이내믹스를 극대화시킨 영상도 인상적인데 마치 팅커벨이 되어 제임스 헷필드의 기타의 코앞에서 보는 듯하다. 연주장면의 클로즈업이 계속 쓰여지지만 그럼에도 음악적 맥락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담아낸 영상이라 쾌감은 상당하다. 부감샷 위주로 담을 곡과 양각샷으로 담아야할 곡을 정확히 알고 있다. One에서 메탈리카를 대충 안다면 기타솔로를 클로즈업하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심볼이 흔들리는 순간에 집중하고 그 넘어에 기타연주를 아웃포커싱으로 잡아내며 이 인트로의 쾌감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잡아낸다. 그리고 최근 유행인 아레나의 중심에서 연주를 하고 관객이 4방에 있는 360도 배치와 더불어 거대하지만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 있는 무대 장치는 또 하나의 정점이다.

그리고 데인드한이 나오는 영화적 전개는 공연을 즐기고 싶은 관객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절하게 효과음으로 편집되어 공연의 사운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메탈을 좋아하는 중이병적 관객의 쾌감을 만족시킨다. 그런데, 그 이상이다. 어쩌면 연출의 헛점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몇몇 부분들-맥거핀이라 치자-은 오히려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이펙터를 잔뜩건 보컬과 고수들에게는 헛점 투성이라는 라스 울리히의 드러밍.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메탈리카의 사운드는 거대한 성이 된다. 영화 속에서는 메탈리카의 음악에 작은 앰프만 있으면 된다고 우기고있고 거친 사운드를 지향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메탈리카의 음악이 얼마나 정교하게 튜닝된 것인지 그리고 벤쿠버를 중심으로한 이번 튜어의 연출이 얼마나 계산적인 공연인지. 이 영화의 연출 역시 그렇다. U2가 했던 최악의 바보짓 중 하나였던 U2 3D에서 범했던 각종 오류-실제 관객 앞에서의 실황이 아닌 것을 실황이라 패키징했지만 허술해서 너무나 티가 나고 (원래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진짜 음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기까지 하는 실수를 메탈리카는 범하지 않았다. 이 영화의 공연 사운드는 공연 후에도 수없이 다듬어졌고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것이지만 워낙 잘 다듬어졌기에 관객들은 공연장을 찾았다는 착각을 실제로 느끼게된다. 이 영화가 담아낸 공연 장면에서의 프레임은 여러차례 다시 확인하고 싶을 뿐 아니라 공연의 영상과 사운드를 어떻게 담아냈는지가 정말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증 자체가 이 영화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담아냈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그리고 오리온과 함께 흐르는 자막의 마지막에 그들이 담아낸 것은 바로 아레나라는 공간에서 공연의 쾌감을 극대화한 주인공, 바로 마크 피셔의 이름이다.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Metallica Through the Never, US, 2013, 92min)

감독: 님로드 엔탈

출연: 데인 드한, 메탈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