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틴즈(Libertines)-250409, 예스24라이브홀





















어쩌면 최후의 찐 로큰롤 밴드일지도, 아니면 적어도 영국에서는. 21세기가 시작하자말자 로큰롤 수십몇번째 부활을 알리는 1집과 소포머 앨범 그리고 최후의 명곡을 남기고 영국의 찌라시들이 열광할 수많은 스토리를 남긴 채 해산. 재결성할 듯 안할듯 애를 태우다가 레딩에서 만나고 한참 뒤에 앨범 또 앨범. 화제성을 적당히 가졌다가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쩌면 퇴물일 수 있고, 또 실제로 예전만큼 화제성을 가지고 헤드라이너 슬롯을 잡기가 쉽지 않아졌지만. 또, 정상적인 기타치는 밴드 자체가 뭐 좋은 슬롯을 잡기도 어려워졌지만.. 확실히 퇴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앨범은 멜로디와 영감이 살아있는 몇안되는 작년의 영어 앨범 중 하나였다. 보컬과 기타의 합에 멜랑꼴리함과 돌진하는 청춘의 에너지가 공존하는데에서 그들만의 특별함이 있다. 갈수록 멜랑꼴리함이 커지는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국을 찾았다. 결성된지 거의 30년, 데뷔앨범을 낸지도 23년만에.
2017년쯤 쉐필드와 트럭페스티벌에서 봤을 때와도 꽤 많이 바뀌었다. 방만한 젊은 시절의 후유증으로 피트도허티는 당뇨를 심하게 앓았고, 꽃미남의 대명사는 뚱뚱하고 못생김의 대명사가 되었다가 빠지면서 박노자처럼 바뀌었다. 심지어 '안녕하세요'할 때도 박노자같았다. 그런데, 팔다리, 얼굴만 빠지고 아랫배는 그대로. 연초 몇몇 공연처럼 쇼파에 앉아서 공연하지는 않았지만 슬리퍼를 신고하다가 좀지나가는 양말만 신고 공연했다. 반면 칼바랏은 여전히 액션 담당.
영국에서 쉐필드와 트럭에서 정말 개판인 밴드와 기가 막힌 소리를 내는 밴드 두팀이 공존했는데 이번에도 사실 좀 아쉬웠다. 밟고 날카로운 피트 도허티와 부드럽고 묵직한 중저음의 칼바랏의 기타톤이 서로 교차할 때 주는 맛이 기가 막힌데. 그게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지 않으면 그 맛이 반감되는데 오늘이 좀 그런 편이었다. 좀 지나면서 나아진 것 같기도 한데.
앵콜에는 피트도허티가 칼바랏을 업고 나왔다. 마치 나 안죽어를 보여주듯이. 예상되는 마지막곡 'Don't Look Back into the Sun'은 한국에서 공연된 뮤지컬 배우를 초청했다. 칼바랏 내한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가장 마지막곡, 가장 중요한 곡에 한국연주자를 부른거니 한국인 연주자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보였다. 이팀이, 특히 피트 도허티는 역대급으로 난잡하고 개판인 삶을 산 것 같지만 알고보면 착한 팀이다. 데뷔 앨범을 낸 후 20년 넘게 멤버 교체가 없었고 최근 들어와서는 베이스 존하셀의 지분도 꽤 챙겨주는 편. 코빈주의자에 프리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고양이가 아파서 페벌을 취소하는 애묘인이기도 하다? 말로만 진보적인척하면서 차별주의에 쩌들어있고 영감도 재능도 없는 최근 인기밴드와는 상극일지도.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뭐 애뜻함과 즐거움이 함께했다. 게리의 말처럼 'You're Libertines, We'll be back'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