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땅밑에서
델리 스파이스 7집 쇼케이스-20110929, 상상마당
walrus
2011. 9. 29. 23:15
꾸준하게 앨범을 발표했지만 이번의 공백은 길었다. 사실, 공백이 길만한 시점도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긴 공백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 역시 예상되는 것이었다. 크라프트베르크적이거나 쎄게 록킹하게 가거나 포크적으로 가거나. 처음 들을 때부터 빨려드는 곡의 흡입력은 이전 두 앨범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몇번 들어보면 어떻게 느껴질지.
공백이 느껴지는 짧은 머리. 신정환 같기도 하고 이현우 같기도 하고. 김민규는 이현우의 어눌함과 신정환의 똘끼가 있다는 억지. 한편, 그들의 앨범 6장을 정주행하는 과정에서 초기 앨범의 뒷면을 보면 마치 듀스나 서태지 같이 앞머리를 기르고 통이 큰 바지를 입은 그들의 촌스러운 모습은 격세지감. 외모는 바뀌지만 별반 차이를 못느끼는 것은 우리 세대와 함께 늙어가기 때문 아닐까.
팬들이 모인 쇼케이스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나이 40의 델리 스파이스지만, 그들의 장점은 한편으로는 어눌함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뮤지션으로 강한 자부심과 자의식이 있지만 그것을 의식적으로 노출시키기 보다 수줍게 살짝살짝 비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의 팝적인 센스는 지나치게 달달하기 보다는 여전히 풋풋함을 잃지 않는게 아닐지.
델리 스파이스는 REM보다 오래 갔으면 한다.